[다시 뛰는 대한민국 ‘GREAT Korea’] 혼밥·혼술·혼영… 나홀로족, 소비공식을 바꾸다

입력 2019-01-0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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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잡기’ 나선 유통가

# 오전 7시. 현관문을 열자 문고리에는 새벽 배송으로 온 따뜻한 미역국이 걸려 있다. 에어프라이어에 냉동 치킨 너겟을 넣고 5분간 돌린다. 전자레인지에서 데운 즉석밥으로 아침 식사를 시작한다. 회사원 김(여·28) 씨의 휴일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 오전 10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샤워를 끝낸 김 씨. 좋아하는 영화를 보기로 했다. 스마트폰으로 근처 영화관을 검색해 현재 상영 중인 영화를 찾아본다. 표를 예약하고, 극장으로 향한다. 자리는 혼자 보기 편한 맨 뒷줄 끝자리로 잡았다.

# 오후 1시. 영화를 보고 나니 출출하다. 극장 근처에는 유명 연예인이 운영하는 일본식 라멘집이 있다. 이 라멘집은 혼자 먹기 편한 1인 테이블이 많다. 원하는 토핑을 주문하고, 라멘을 먹는다. 테이블 옆은 칸막이가, 앞에는 가림막이 있다. 혼밥을 해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다

# 오후 3시. 커피숍으로 가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후, 여행 계획을 짠다. 여름휴가는 프랑스로 혼자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6박 7일의 나홀로 여행이 두렵기도 하지만, 게스트하우스에서 맺게 될 새로운 인연들이 기대된다.

# 오후 5시. 장을 보러 대형마트에 갔다. 신선식품 코너에서 소포장된 채소를 고른다. HMR(가정간편식) 코너에서 냉동 김치찌개와 부대찌개, 삼계탕을 샀다. 1인용으로 매일 다른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유통기한도 길어 다양하게 구입했다.

# 오후 7시. 오늘은 혼밥과 혼술을 하기로 했다. 편의점에서 믿을 수 있는 여자 연예인이 광고하는 돈가스 도시락을 골랐다. 안주로 먹을 냉동 불막창과 맥주도 샀다. 내일 출근을 위해 과음은 피한다. 일반적인 용량보다 적은 250ml의 미니캔 제품으로 구매했다. TV를 보면서 먹기에 부담 없는 양이다.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혼밥(혼자 먹는 밥), 혼술(혼자 마시는 술), 혼영(혼자 보는 영화) 등은 이미 일상생활로 자리 잡았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1코노미(1인과 경제의 합성어. 혼자만의 소비생활을 즐기는 사람들) 시장은 날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을 잡기 위한 산업계 역시 분주하다. 나홀로족을 위한 제품은 소비재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 증가하는 1인 가구… 나 혼자 먹는다 =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 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약 28.6%인 562만 가구로 조사됐다. 2015년 27.2%에서 2016년에는 27.9%로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에는 3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나홀로족이 증가하면서 관련 산업 역시 성장세다. 특히 주목받는 분야는 식품이다. ‘가정간편식’ 소비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관련 분야의 상표 출원도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가정간편식 중 ‘즉석밥’의 상표출원은 2013년 43건에서 지난해 285건으로 6배 이상 늘었다. 7년 전인 2011년 8000억 원 규모였던 HMR 시장 규모는 2017년 3조 원에 달했다. 하나금융투자는 2018년 시장 규모를 4조 원으로 예상한다. 2023년 전망치는 10조 원이다.

그만큼 바빠진 곳은 식품업계다. 대부분의 식품업체는 HMR 부분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미국 냉동식품업체 쉬완스를 2조 원에 인수했다. 2020년까지 HMR 연구에 2000억 원, 진천 통합생산기지 건설에 54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하림도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대규모 공장시설에 4000억 원을 투자하며 HMR시장에 뛰어들었다. 롯데푸드는 지난해 11월 HMR 사업 제조역량 강화를 위해 육가공 제품을 생산하는 7만2728㎡(2만22000평) 부지의 김천공장에 93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전통적인 식품회사뿐만 아니라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체도 관련 시장 진출이 활발하다. 가장 먼저 이마트가 피코크를 론칭하며 1인 가구 시장 잡기에 나섰다. 이마트 전용 브랜드인 피코크는 2016년부터 옥션, G마켓 등 오픈마켓에도 진출해 다양한 유통 채널을 확보했다. 현대백화점은 가정간편식 브랜드 ‘원테이블’을 선보였다.

특히 발걸음이 가장 빨라진 곳은 편의점업계다. 편의점들도 대세에 발맞춰 1인 가구를 겨냥한 다양한 도시락과 단품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혼술족을 위한 안주와 디저트 분야에까지 신상품을 내놓고 있다. 편의점은 주로 소단위, 소용량 포장 제품을 판매해 1인 가구 증가 영향에 가장 크게 영향받는 곳이다. CU의 도시락 매출은 2014년 10.2%, 2016년 65.8%에 이어 2017년 168.3%로 ‘나홀로족’ 증가와 비례해 늘어났다.

◇ 나 혼자 즐긴다… 가구ㆍ호텔업계도 ‘주목’ = 1인 가구에 주목하는 곳이 먹거리 업계뿐만은 아니다. 홈퍼니싱과 여행업계 등도 나홀로족의 마음 얻기에 나섰다. 특히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소형 평수 주택 수요가 늘어나면서 홈퍼니싱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홈퍼니싱은 홈(Home)과 퍼니싱(Furnishing)의 합성어로 가구, 인테리어 소품, 생활용품 등을 활용해 집 안을 꾸미는 것을 뜻한다.

국내 소비자들의 홈퍼니싱 상품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1인 가구가 계속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소비 트렌드가 의식주의 최종 단계인 집 인테리어 및 리빙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홈퍼니싱 인테리어 시장은 2008년 7조 원 규모에서 2016년 12조 원으로 크게 늘었다. 2022년에 18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유통업계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영국의 고급 리빙 편집숍인 ‘더콘란샵’은 내년 하반기 강남 상권에 약 2314㎡(약 700평) 규모의 매장을 오픈한다. 고급 사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2012년 국내 가구 2위 업체 리바트를 인수한 데 이어 이달 초에는 종합 건자재 기업 한화L&C까지 사들이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 초엔 국내 가구 6위로 평가받는 ‘까사미아’를 인수, 현재 83개의 까사미아 매장을 백화점 인프라를 활용해 5년 내 160여 개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리빙 및 홈퍼니싱 관련 고객 니즈는 점점 커지고 있다”며 “특히 직접 상품을 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집객 효과도 탁월한 만큼 계속해서 다양한 상품을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텔업계도 나홀로족을 위한 패키지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롯데호텔부산은 혼자 호텔에서 여유를 즐기는 나홀로족을 위해 1인 전용 패키지를 선보였고, 글래드 강남 코엑스센터는 밀린 영화와 드라마를 종일 볼 수 있는 ‘나홀로 미드 정복 패키지’를 내놨다. 올해 역시 나홀로족을 겨냥한 상품은 계속해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혼자 호텔을 찾는 이들의 연박률이 더 높다”며 “뷔페, 수영장 등을 포함하고, 먹거리 제공을 늘리는 등 패키지 상품의 콘텐츠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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