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은 1983년 일본 도쿄에서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한국 수출의 20%를 책임 진 반도체는 이렇게 출발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악화됐지만 여전히 D램 등 반도체는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다.
하지만 사업초기 세상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인텔은 이병철 회장을 심지어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비꼬았다.
1987년 이병철 회장이 타계한 후 삼성그룹 몇몇 사장들이 당시 신임 이건희 회장에게 반도체 사업을 포기하라고 제안했다가 크게 혼나기도 했다.
1989년까지 D램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지만 3년 뒤인 1992년 13.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이후 삼성전자는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45%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독보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메모리 반도체를 앞세워 인텔이 24년간 고수하던 왕좌를 탈환해 세계 최고 반도체 제조업체로 올라섰다.
위기도 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던 2008년 4분기,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는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대한민국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분기별 실적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94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적자의 60%가량은 당시도 세계 1위였던 메모리 반도체(5600억 원)에서 나왔다.
삼성전자는 ‘초(超)격차’ 전략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은 자신의 책 ‘초격차’에서 “초격차는 비교 불가한 절대적 기술 우위와 끊임없는 혁신, 그에 걸맞도록 구성원들의 ‘격(格)’을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
차세대는 물론 차차세대까지 대비해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수년 이상 벌리는 전략이다.
초격차 기술력에 메모리 반도체 슈퍼호황까지 겹치며 지난해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분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10조 원이 넘는 이익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슈퍼 호황이 꺾이자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실적이 7분기 만에 내리막길을 걸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초격차 전략을 통해 1등 반도체 기업 명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제조 기술력을 발판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비(非) 메모리 분야 역시 세계 1위를 넘볼 계획이다.
업황 사이클의 진폭이 큰 메모리 반도체의 지나친 집중을 막고, 비메모리 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취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부터 본격 상용화가 예상되는 5G(5세대 이동통신)와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 ‘데이터 홍수 시대’에 반도체는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