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부 차장
기자들이 자주 접하는 신재민 같은 행정고시 출신 엘리트 초임 사무관은 대부분 대쪽같다. 취재하려고 전화를 하거나 만나면 절대 얘기해 줄 수 없다고 퉁명스럽게 말하기 일쑤다.
기자가 열을 받아 과장이나 국장급 공무원에게 전화하면 초임 사무관이라 그렇다고 이해해 달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신재민은 달랐다고 한다. 몇 번 만난 기자들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며 친한 척을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하는 사무관 같지 않은 사무관이었다. 기재부를 오래 취재했지만 신재민 전 사무관 같은 사건은 처음이었다. 4년 차 사무관이 뛰쳐나가 ‘내가 겪었다’며 정책의 불합리함을 토로할 줄은 몰랐다. 그래서 사실 처음 들었을 때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볼수록 상황은 심각해 보였다. KT&G 인사개입, 적자국채 발행 압박이 문제가 아니다. 신 사무관을 포용하지 못하는 기재부의 시스템 얘기다. 신 사무관의 글을 보면 상사인 국장, 차관보와 적자국채 발행의 문제점에 관해 얘기를 많이 했고 결론적으로 적자국채는 발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신 사무관이 조직에서 나와 폭로를 하기까지 그의 고민을 들어준 동료는 없었던 것 같다.
건너 들은 얘기로는 주변 동료들은 그의 이 같은 생각을 전혀 읽지 못했던 것 같다. 잘 지냈는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는 게 대다수의 얘기였다. 지금 이 시각에도 신재민 전 사무관 같은 생각을 하는 기재부를 포함한 정부 부처의 사무관들이 있을 터다. 신 전 사무관과 차이는 단지 용기를 내지 못하는 차이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술 한잔하자며 그 사무관의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기재부를 취재하면서 많은 문제점을 보고 듣는다. 불합리한 상사의 지시에 열 받은 사무관의 하소연도 적지 않다. 이런 사무관들이 다들 나가 폭로를 한다면 기재부는 해체 위기까지 맞을지도 모른다. 기재부가 신 전 사무관을 고발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기재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조직 내 포용성을 늘리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여러 부서가 모여 토론회도 하고 부서 간 인사 교류 등도 늘려야 한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번 신재민 사건을 겪으면서 내·외부와의 소통을 막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늘리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
여권 인사들이 말하는 것처럼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 “3~4년 사무관 시야와 고위 공무원 시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최종 결정은 장관이나 대통령 등 최종 결정권자가 하는 것이다”, “관점이 다르다고 잘못됐다는 것은 좋은 태도가 아니다” 등의 시각으로 접근하면 곤란하다. 이렇게 생각하면 제2, 제3의 신재민이 언제든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에 따른 조직의 분란과 사회 혼란은 더 클 수밖에 없다. soq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