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최대 요인인 한국의 노사협력이 또다시 세계 꼴찌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 경영대학원인 인시아드와 다국적 인력공급업체인 아데코가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인적자원 경쟁력 지수(GTCI) 2019’를 발표했다. 한국의 인적자원 경쟁력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조사 대상 125개국 중 30위에 그쳤다.
GTCI에서 한국은 연구개발(R&D) 지출 2위, 경쟁강도 3위, 업무수행 용이성 4위,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6위로 상위권에 올랐다. 그러나 노사협력은 120위로 바닥이다. 2015년과 2016년 102위에서 2017년 113위, 2018년 116위로 계속 뒷걸음질한 것이다. 반면 아시아 국가 중 싱가포르는 2위, 일본은 7위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였다. 노동시장 경직성을 나타내는 채용과 해고 용이성도 우리나라는 각각 76위, 64위로 작년보다 7계단, 1계단 후퇴했다.
한국 노사문화의 형편없는 후진성이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고질로 지적된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WEF나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등 글로벌 평가기관들은 오래전부터 대립적 노사관계로 인한 노동시장 경직성, 비효율적 인적자본 활용이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점을 경고해왔다. 그런데도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노조 편향 정책으로 민주노총 등의 힘이 지나치게 비대(肥大)해졌고, 이들이 전투적 분규를 조장해온 탓이 크다. 정부는 그들에게 끌려다니기만 했다.
이번 GTCI에서도 드러났듯 세계 최하위 수준인 노사협력 개선,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 없이는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어렵다. 노동개혁의 당위성이자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다급한 핵심 과제인 것이다. 하지만 정책은 여전히 역주행이다. 정부는 기업 경영 현실을 도외시한 급진적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을 일방 강행했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나마 지난 정권 때 성과를 거둔 공공기관 등의 성과연봉제가 백지화된 데 이어, 노동 경직성 완화를 위해 필수적인 ‘일반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의 양대 지침도 폐기됐다.
결국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은 완전히 물거품이 되면서 대기업 ‘귀족노조’들의 철밥통 기득권만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이들의 기득권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 간 협력이 절실한 당면 현안에 대해 어떤 타협도 거부하면서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 국내 기업인의 70% 이상이 올해 노사관계가 지난해보다 더 악화할 것으로 내다본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합리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노동개혁부터 서두르지 않고는 국가경쟁력이 갈수록 추락할 수밖에 없고,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도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