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견제 위해 ‘자문기구’ 설치…2022년까지 총 6兆 혈세 투입으로 경영정상화 박차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자문기구를 설치한다. ‘방만경영’의 늪에 빠진 현대상선의 경영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이다. 2022년까지 총 6조 원 안팎의 대규모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더 이상 안이한 경영 행태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현대상선에 외부 전문가로 이뤄진 자문기구를 설치할 계획이다. 해운업계의 현황과 전망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현대상선의 경영 방향에 대한 자문을 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중국 등 해외부문 담당 임직원13명의 방만한 사례가 적발되는 등 자문기구의 성격은 ‘감시자’ 역할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2015년 정부의 해운업 구조조정에서 업계 1위 한진해운을 뒤로하며 ‘국내 유일 국적 해운사’라는 지위를 얻었다.
산은 관계자는 “대표 혼자 경영 사안을 결정하면 잘못될 가능성이 크다”며 “채권단 입장에서도 판단하기 전에 제3자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어 자문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2016년 자율협약 단계에 들어간 뒤 9월부터 2년 넘게 현대상선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다만 산은 관계자는 “아직까지 시기나 인력 구성에 대해서는 결정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2015년 이후 14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16년부터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에 돌입했지만, 그 이후로도 경영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상화 과정이 길어지면서 정책금융의 탄탄한 지원을 믿고 경영진이 방만하게 경영을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특히 전문가들은 글로벌 해운업계의 전망을 어둡게 내다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이 현대상선에 자문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해운업계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에서 지금처럼 현대상선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이어져서는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문기구 설치와 더불어 산은은 여러 장치를 통해 현대상선의 방만한 경영에 고삐를 죄고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산은 등 채권단은 현대상선과의 자율협약을 2년 반 정도 남기고 조기 종료했다. 대신 산은은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함께 현대상선에 1조 원을 지원하면서 ‘경쟁력 제고 방안 이행 약정(MOU)’을 체결했다. 약정 기한은 2020년 12월 31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