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국내 김치시장 규모는 약 1조 5000억 원으로 전년대비 약 9.5%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장성장 배경으로 소비자들의 김치조달 방법이 변화한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1인 가구의 증가와 쌀밥 섭취량의 감소, 여성의 사회생활 시간이 증가하며 주기적으로 많은 양의 김치를 담그고 보관하는 대신, 수시로 시장에서 소량의 김치를 구입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전남 순천에 위치한 ‘더나은 김치’는 지난 2011년 9월 최경은(59) 대표의 손맛하나로 문을 열었다. 김치시장에 대한 전망보다는 그의 음식 맛을 본 주변 사람들이 창업을 적극 권유한 것에서 비롯됐다.
“김치가 너무 맛있다고 좀 살 수 없겠냐는 지인의 부탁에 재미삼아 부추김치 4만 원어치를 팔았던 게 시작이었죠. 그간 주변에서 제가 만든 음식을 호평해주던 것도 있고, 고민 끝에 도전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국물도 버리지 말고 보약처럼 드세요”라는 말을 쓸 수 있는 것은 재료에 대한 최 대표의 묵직한 고집 때문이다.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로컬 푸드를 사용해 함초와 표고버섯 등 20여 가지 국내산 천연 재료로만 맛을 낸 ‘더나은 김치’ 맛은 금세 입소문이 퍼졌다.
사업초기는 지인들을 통한 영업방식으로 매출을 이끌었지만, 이내 인근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한 수요가 발생하며 창업 2년 만에 사업이 안정가도에 들어서는가 싶었다. 그러나 이쯤부터 시작된 가공 및 간편 식품에 대한 대기업의 투자로 ‘더나은 김치’의 시장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매출은 감소했다. 중장기 사업계획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고심 끝에 최 대표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가정간편식 제조업 창업과정, 체험관광 프로그램 운영 사업화과정, 온라인 마케팅 교육 등을 수료하며 변화를 준비했다. 교육 이후 ‘더나은 김치’의 오프라인 중심의 홍보는 온라인으로 확대됐다. 특히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젊은 소비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SNS를 활용한 마케팅을 진행한 결과, 영업범위가 순천시 전역으로 넓어졌다.
최 대표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새롭게 발굴한 수요에 맞춘 상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인력고용과 시설 확충이 필요했기 때문. 자금조달을 위해 지인들에게 도움을 구하고 발품을 팔았지만 상황 해결이 쉽지 않았다.
“이곳저곳 알아보다 공단의 ‘소상공인정책자금’을 알게 됐어요. 교육을 수료하면서 이미 알던 곳인데, 자금지원에 대해서는 왜 몰랐는지...그때 3500만 원을 지원받았는데, 당시 회사 운영에 중장기 계획수립으로 고심하던 차에 컨설팅도 받을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너무 감사했죠.”
2016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일반경영 안정자금을 통해 운전자금과 역량강화 컨설팅을 지원받은 ‘더나은 김치’는 업무효율을 더하기 위해 노후화 된 시설을 교체하고, 사무실 인테리어를 개선했다. 이를 통해 전년 대비 30%이상의 매출이 증가했고, 중장기 사업계획을 토대로 지난해 1월 농업회사 법인 우향식품을 설립했다.
지속적인 매출증가와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이제는 지역 내 유망 소상공인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순천시와 연계한 지역 명물 ‘고들배기 김치’와 ‘홍갓 김치’ 특화사업에도 참여하며, 인근에 위치한 광양, 여수, 고흥에서도 찾아오는 명품 업체로 발돋움하고 있다.
최 대표는 “정책자금을 통해 흔히 말하는 유망기업으로 까지 성장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단순 제조업이기 때문에 최종 소비자들에게만 판매하고 있지만, 전국의 여러 음식점에서 김치를 정기적으로 납품해달라는 요청도 받고 있습니다”면서 “앞으로 6차 산업에까지 참여해 더 많은 분들에게 건강한 우리의 먹거리를 제공하고 싶습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