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전기차 아닌 모듈형 플랫폼 개발…향후 5년간 38조 추가 투자
새로운 전기차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이 차가 과연 테슬라를 능가할지 반문하곤 한다.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전기차 시장 개척자인 테슬라는 가격과 디자인, 배터리 성능에 이르기까지 여러 방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해 왔다.
폭스바겐은 이런 테슬라를 능가하기 위한 준비를 2015년 말부터 해왔다. 더 나아가 향후 5년간 전기차 부문에 300억 유로(약 38조 원)를 더 투자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의 ‘테슬라 킬러’ 전략의 핵심이 되는 것은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라 ‘MEB(Module Electric Drive, Modularer Elektrobaukasten)’로 불리는 모듈형 플랫폼이다. 스케이트보드를 닮은 ‘섀시’인 MEB는 오는 2025년까지 폭스바겐이 출시할 50종 전기차의 뼈대가 된다.
MEB에 기반을 둔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최대 600km에 이르고 고속충전 시스템을 탑재해 30분 만에 배터리 80%를 충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9월 독일 드레스덴 공장에서 누구나 합리적인 가격에 전기차를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일렉트릭 포 올(Electric For All)’ 전략을 발표하면서 MEB 플랫폼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일부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은 폭스바겐의 새로운 섀시가 전기차 대부분에 쓰이면서 새로운 자동차 시대에 폭스바겐에 중요한 우위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FEV컨설팅의 요하네스 부크만 매니저는 “이 플랫폼은 폭스바겐의 미래 승용차를 위한 모든 것의 ‘심장’이자 ‘영혼’”이라며 “단순한 디자인 원리가 아니라 새 차종의 틀이 될 것이다. 이는 전 조직과 공급망 제조 품질 등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케이트보드 섀시’ MEB는 내연기관이 아니라 전기차에 딱 들어맞게 설계됐으며 4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차량을 판매한 폭스바겐이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로 탈바꿈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FT는 강조했다.
그동안 폭스바겐은 내연기관용 MQB 섀시를 사용해 아우디와 스코다 등 산하 12개 브랜드에서 2012년 이후 지금까지 총 5000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생산했다. 이런 성공 공식을 MEB를 통해 전기차에도 재현하려는 것이다.
아울러 폭스바겐은 다른 자동차 업체에도 자사 플랫폼을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포드다. 양사는 이달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국제오토쇼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는다고 발표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과거 비디오테이프에서 VHS가 업계 표준으로 채택된 것과 같은 일이 전기차 플랫폼에서도 일어나기를 폭스바겐은 희망한다”고 말했다.
MEB는 폭스바겐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협업한 ‘오토모티브 클라우드(Automotive Cloud)’를 통해 자동차 전자통제시스템과도 연결된다. 폭스바겐의 랄프 브란트슈타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새 IT 인프라는 애플스토어나 구글플레이처럼 제삼자 앱에 열려 있어 새 디지털 서비스를 위한 쇼핑몰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MS의 타라 프라크리야 커넥티드 차량 사업부 제너럴 매니저는 “MEB는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완전한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