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야당이 흔들리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새 지도부를 뽑는 2·27전당대회를 보름 앞두고 대회 연기를 둘러싼 갈등으로 격랑에 휩싸였고, 바른미래당은 창당 1주년을 맞아 정체성 갈등 봉합을 시도했지만 당 노선에 대한 극명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한국당 당권 도전을 선언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홍준표 전 대표, 심재철ㆍ안상수ㆍ정우택ㆍ주호영 의원 등 6명은 10일 2·27전당대회 일정을 2주 이상 연기할 것을 요구하고 이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장소 확보가 문제라면 여의도공원 등 야외라도 무방하다”며 “연기가 결정된 후에는 단 한 번도 거치지 않은 룰 미팅을 열어 세부적인 내용이 협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 전 총리는 페이스북에서 “연관 검색어에 배신론과 한계론이 등장했다. 어느 당권 주자는 황교안이 진박 논란에 휘둘릴 약체 후보라고 폄하한다. 분명히 하는데 모두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저는 새로운 정치를 하고자 한다. 정치인은 지향해야 할 가치와 철학이 투철해야 하고, 새로운 정치는 이를 실천하는 의지와 열정으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전대 연기 문제가 자칫 내홍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른미래당이 연 연찬회에선 ‘공동 창업주’ 유승민 전 공동대표의 개혁보수 정체성 확립 주장에 옛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이 반발하고, 유 전 대표도 실망감을 드러내면서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 손학규 대표는 연찬회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아주 솔직하게 다 열어놓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의견 충돌도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을 만든 사람인 유승민 의원이 참석해 끝까지 있지 않았는가”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민주평화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은 유 전 대표와 이를 공공연히 추진하는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의 갈등의 골이 깊어져 당의 진로가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