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으로부터 1조 원 규모의 SK㈜ 지분을 수증한 친인척들이 증여세 마련을 둘러싸고 해법의 ‘실마리’를 풀고 있다. 5000억 원에 달하는 증여세 마련을 위해 주식 매각부터 연부연납까지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17일 재계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SK㈜ 지분을 증여 받은 사촌형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등 친인척들이 이달 말로 예정된 증여세 납부 시한을 앞두고 해법을 마련하고 있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의 성장을 보답하는 차원에서 친인척에게 총 9228억 원 규모의 SK㈜ 지분 4.68%를 증여했다. 동생 최재원 SK 수석부회장(166만 주)과 최신원 회장과 그 가족(83만 주), 사촌형인 고(故) 최윤원 SK케미칼 회장 가족(49만6808주) 등이 각각 주식을 수증했다.
23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받은 최신원 회장 일가는 연부연납으로 증여세 납부의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연부연납 제도는 2000만 원 초과 납부세액에 상응하는 담보를 맡기고 향후 5년에 걸쳐 세금을 나눠 내는 제도다.
SK㈜의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최신원 회장은 지난 1일 이 회사의 주식 5만8865주(0.08%)를 강남세무서에 납세 담보로 질권 설정했다. 장남 최성환 SK㈜ 상무 역시 용산세무서에 28만9202주(0.41%)를 납세담보로 용산세무서에 질권 설정했으며 딸인 최유진 씨와 최영진 씨 역시 각각 강남세무서와 성북세무서에 7만4020주씩 질권을 설정했다.
한 세무사는 “연부연납은 5년간 세금을 쪼개 낼 수 있다”며 “대신 담보가 필요한 만큼 이번 경우는 신청세액에 상당하는 주식을 담보물로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 최윤원 회장의 가족은 증여세 재원 마련을 위해 주식 매각이라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장남 최영근씨 등은 지난달 23일 21남7100주를 처분하며 550억 원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했다.
최재원 부회장, 최신원 회장 일가 등을 제외하고 모두 수증한 주식을 시장에 내다팔면서 SK㈜ 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기존 31.05%에서 30.54%로 낮아졌다.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가장 큰 주식을 증여받은 최재원 수석 부회장은 아직까지 증여세 마련에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다. 최재원 수석 부회장은 납부해야할 세금만 2500억 원이 넘는 상황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주식 매각이나 분납보다는 연부연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주식 매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분납으로 2회에 걸쳐 세금을 납부하기는 현실적으로 재원을 마련하기가 무리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주식담보대출이나 세무서 담보제공을 통한 연부연납을 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이다.
그룹 관계자는 “최신원 회장 등이 세무서에 담보제공을 했으나 목적은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아직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증여세 마련 방안과 관련해서도 확인이 불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