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무역과 금융 이민 등 놓고 고민에 빠져…‘세계 금융의 중심’ 지위 위태롭게 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Brexit)’가 약 40일 앞으로 다가왔다. 영국이 EU에 참여한 지 반세기에 다다른 지금, 브렉시트에 따른 막대한 대가가 표면화하면서 영국은 무역과 금융, 이민 등에서 향후 충격을 어떻게 최소화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기업들도 합의 없는 이혼인 ‘노 딜(No Deal) 브렉시트’ 등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브렉시트로 우선 무역 물류망에서 큰 혼란이 우려된다. 영국과 EU의 교역 규모는 2017년 약 6150억 파운드(약 888조 원)에 달했다. EU는 영국 수입액의 53%, 수출액의 44%를 차지하는 최대 무역 파트너다. 양측은 특히 자동차 부문에서 긴밀한 무역 관계를 맺고 있다. 유럽 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2017년 영국 자동차 수출의 40%가 EU로 나갔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차량부품 교역량도 엄청나다. 영국 자동차 부품 수입액의 80%를 EU가 차지했다. 영국 자동차산업협회(SMMT)는 EU와 영국 간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을 운반하는 트럭은 하루에 약 1100대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에 브렉시트로 향후 관세 부과는 물론 통관 과정이 까다로워지면서 영국 공급망 기능이 상실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계 금융의 중심’으로서 영국의 지위도 흔들리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세계 유로화 금리 파생 상품의 75%가 영국에서 거래되고 있다. 영국의 외환 거래량은 하루에 약 2조4000억 달러(약 2707조 원)로, 미국의 두 배에 달한다.
여태껏 영국이 세계 금융 허브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하고 뛰어난 금융 인재와 투명한 법제도, 그리고 ‘EU지역 동일인 원칙(Single Pass port Rule)’에서 비롯됐다. 해당 원칙에 따라 EU 소속 국가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면 다른 EU 국가에서는 간소화된 절차로 지점 신설이 가능해 그동안 많은 글로벌 금융기관이 유럽 사업 거점을 영국에 뒀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영국에 EU 지역 동일인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민 정책의 변경으로 인해 우수한 금융 인재를 채용하는 절차도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수의 글로벌 금융기관이 브렉시트를 대비해 이미 독일, 프랑스, 룩셈부르크 등 EU지역으로 거점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컨설팅회사 언스트앤영(EY)은 “적어도 8000억 파운드의 자산이 영국에서 EU로 이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에는 약 372만 명의 EU 시민이 거주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6월 기준 전체 인구의 약 6%를 차지한다. 국적별로는 폴란드 98만 명, 루마니아 43만 명 등 동유럽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영국의 농업 등 일손이 부족한 산업을 지탱해왔다.
브렉시트 이후에는 그동안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 온 영국의 농업 등 산업 전반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최근 영국으로 유입된 이민자 수에서 유출자를 뺀 순이민자 수는 7만4000명으로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전보다 약 40% 줄었다. 이민 노동력 쇠퇴를 우려한 영국 정부는 EU 탈퇴 후에도 숙련된 노동자들을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다.
기업들은 ‘노 딜 브렉시트’를 염두에 두고 준비 중이다. 우선 소매업체들은 재고 비축에 나섰다. 영국 창고협회 조사에 따르면 영국 내 조사 대상 기업 중 75%가 이미 재고를 꽉 채워놨다고 밝혔다. 브렉시트 후 관세가 어떻게 적용될지 모르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다.
영국 페리 운영업체 P&O는 EU 관세 특혜를 받기 위해 영불해협을 운항하는 모든 페리 선적을 영국에서 EU 거점인 키프로스공화국으로 옮겼다. EU 세금 혜택 등을 더 받기 위해서다.
일본 소니는 네덜란드에 유럽 전자사업을 총괄하는 새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고 스위스 노바티스는 영국 내 의약품 비축을 늘리는 등 다국적 기업들도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