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빈곤층 가구소득이 급격히 줄고, 소득 상·하위 계층의 격차가 역대 최악 수준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다. 여기에서 지난해 4분기 소득하위 20%인 1분위 가구소득은 월평균 123만8200원으로 전년 대비 17.7%나 줄었다. 반면 소득상위 20%(5분위)는 월 932만4200원으로 10.4% 증가했다. 이에 따라 소득의 빈부격차를 나타내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말 4.61배보다 0.86 높아진 5.47배를 기록했다. 집계가 시작된 2003년 이래 가장 나쁜 소득분배지표로 양극화가 더 심해진 것이다.
빈곤계층인 1분위 소득이 크게 줄어든 것은 이들의 근로소득이 무려 36.8%나 감소한 탓이다. 최악으로 치닫는 고용 상황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이번 조사에서 1분위 가구(가구원 2인 이상)의 취업자 수가 전년 0.81명에서 0.64명으로 감소했고, 돈을 벌지 못하는 무직가구 비중도 55.7%로 전년의 43.6%에서 급등했다.
근본적으로는 경기 부진이 고용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특히 저소득층 일자리가 없어지고 소득이 급감한 이유는 결국 최저임금 과속인상 등 잘못된 정책 말고 다른 요인을 찾기 어렵다.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워 현실을 무시한 채 밀어붙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다. 소득분배지표가 계속 나빠지면서 거듭 지적되어온 문제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층이 주로 종사하는 도소매·음식숙박업 등의 임시·일용직 일자리부터 없앴고, 영세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부담으로 소득이 감소했다. 통계청의 1월 고용동향조사에서 도소매업 6만7000명, 시설관리·임대서비스업 7만6000명, 음식·숙박업 4만 명의 취업자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의 충격이 빈곤계층에부터 가해지면서 소득격차 확대, 양극화 심화라는 나쁜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최근 열린 ‘2019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도 많은 경제학자들은 “소득주도성장이 목표했던 소비증가에 의한 소득증대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근로자 소득을 높이기 위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실업 문제와 소득 양극화를 악화시키는 역설적 결과를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현 정부 들어 이전 정부보다 국내총생산(GDP)과 투자, 고용성장률이 모두 뒷걸음질했다는 실증분석 평가도 제시됐다.
소득주도성장이 재분배 정책으로서의 효용성을 갖는지도 의문이고, 오히려 잠재성장률 추락에 대한 우려만 커졌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실패했다는 결론에 다름 아니다. 각종 통계수치와 지표 모두 그 실패를 입증하고 있다. 더 이상 무슨 증거가 필요한가. 그런데도 정부는 고집스럽게 옳은 정책 방향임을 강변하면서, 성과가 곧 나타날 것이니 기다리라고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