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제조업 경쟁력 꺾여"

(사진제공=한국경제연구원)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41개 국의 제조업 노동생산성(1인당 노동생산성 : 취업자 1인당 창출한 부가가치)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한국은 생산성 증가세가 꺽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41개 국의 제조업 단위노동비용(1인당 노동비용 ÷ 1인당 노동생산성)은 감소세로 전환했지만, 한국은 증가세를 보이며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미국 비영리 민간 조사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 자료를 이용해 41개 국을 대상으로 '제조업 생산성 및 단위노동비용 국제비교'를 실시했다. 그 결과, 비교대상 41개 국의 제조업 대상 1인당 노동생산성은 2002년~2009년 연평균 3.4% 증가하고 2010년~2017년 연평균 3.5% 증가해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2002년~2009년 연 7.0%가 늘어 중국, 폴란드, 슬로바키아, 루마니아에 이어 5번째로 높았다. 그러나 2010년~2017년 연 2.8%로 빠르게 둔화되며 28번째에 그쳤고, 일본(4.1%), 독일(4.0%), 프랑스(2.9%) 등 주요 선진국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한경연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노동생산성 상승세가 다른 나라에 비해 급격히 둔화했다"고 지적했다.

단위노동비용은 제품을 하나 만드는데 소요되는 노동비용이다. 제조업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은 제조업 경쟁력 측정지표다. 단위노동비용이 감소하면 적은 노동비용으로 같은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올라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41개 국의 제조업 단위노동비용 증가율(US$ 기준)은 2002년~2009년 연평균 6.0% 늘었지만 2010년~2017년 연평균 1.7% 감소했다. 세계 제조업 경쟁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반적으로 개선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한국의 단위노동비용은 2010년~2017년 단위노동비용이 세계적으로 감소한 기간에는 연 2.2%(3위)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위노동비용이 한국 보다 빨리 증가한 나라는 중국, 인도뿐이다. 한국 제조업 경쟁력이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며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동아시아 주요 제조 경쟁국에 비해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년도인 2009년 대비 2017년 1인당 노동생산성은 중국이 93.1%, 싱가포르 71.7%, 대만 38.7%, 일본 38.1% 증가해 한국(24.4%)을 크게 앞질렀다.

이번 분석결과에 대해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최근 우리경제 선도산업인 제조업의 생산성 상승세가 꺾이고 단위노동비용이 늘어나면서 국제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지적했다.

추 실장은 이어 “국내에서 유연근로시간제 개편, 최저임금 인상 등 중요한 경제이슈를 다룰 때 생산성과 경쟁력 논의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지금은 노사정이 생산성 향상, 국제 경쟁력 확보를 우선순위로 두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