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왜곡된 인식 버려야...기업 위기 땐 노동자만 책임"
25일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으로부터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받은 박창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의 발언이다. 박 위원은 2017년 12월 금융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발간한 데 참여한 인물이다.
이날 박 위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은 이번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내용인데 최종구 위원장이 대통령 공약 사항과 국정 과제인 일에 대해 딴지를 걸어선 안 된다”라며 “기업은행은 정부가 지분을 가진 국책은행이다. 금융위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 “노동이사제에 대한 금융위 인식 왜곡” = 이는 최근 최 위원장이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데 따른 비판이다. 최 위원장은 ‘근로자 추천 이사의 경영 참여’는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며 금융 부문에 선제 도입할 필요성이 적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박 위원은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해 금융위의 인식이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시도에 (금융위는) 노동자가 복지나 임금만을 관철하는 수단이나 통로로만 바라보는 것 같다”며 “겨우 사외이사 한 명 바뀌는 것이다. 경영의 투명성 확보와 경영에 관한 의사전달 통로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노사 관계에서 매번 노동자는 논의에서 배제되는데, 이들의 얘기도 들을 줄 알아야 한다”며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라 하더라도 노동자의 입장만 전달할 수는 없고, 합리적이지 않으면 들어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이사제가 기업이 어려울 때 노동자만 책임을 지는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박 위원은 “기업이 어려우면 가장 먼저 유탄을 맞는 것이 노동자다.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은 지면서 정작 전략 단위에도 참여를 못 한다”라며 “노동자도 경영에 일부 참여할 수 있다면 기업의 어려움을 잘 아니까,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지금처럼 강하게 반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공동으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시도들이 있어야 기업도 투명해진다”라고 얘기했다.
◇“우려하는 이들의 인식 바꾸고 싶다” = 사외이사 후보로서의 자격을 묻는 말에 박 위원은 “(자신이) 사외이사에서 배제될 만한 이유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금융혁신위에 참여한 경력은 물론이고 현재는 신협중앙회 기금관리 위원으로 있다. 은행으로 치면 예금자 보호 기구의 위원인 셈이다. 잘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소임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경남은행 노조위원장, 금융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박 위원은 얼마전 좌초된 KB국민은행 노조의 사외이사 추진에 대해 “조금 실수가 있었지만 KB노조의 시도는 매우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KB노조는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주주제안을 시도했다.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의 결정이 중요하지만, 소수 의견도 가미시킬 건 넣어야 한다. 그저 지분이 작다고 배척해버리면 안 되지 않나. 제도적으로 소수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설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외이사 후보를 받아들인 이유를 묻는 질문에 박 위원은 “능력이 있어서 수락한 건 아니다. 가치 있는 일이라 선택했고 새로운 도전과 설렘이 있다. 욕심도, 강한 책임감도 느낀다. 또 이번 시도가 실패하지 않는 것이 추천한 노조에도 보탬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제도를 우려하는 이들에 대해 ‘해볼 만하다’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책임도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세상은 변화하고 발전한다. 하나씩 늘어날 거라고 본다. 지방정부가 하는데 중앙정부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워낙 한국의 노동에 대한 풍토가 있어 이를 배제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이러한 틀을 부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