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만에 체제 개편…고용영향·경제상황 기준 추가돼
노동계 “형식적 의견수렴으로 법개정 강행 중단해야”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7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논의 초안’을 발표한 뒤 3차례 공개 토론회와 온라인 대국민 설문조사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해 이날 확정안을 마련했다.
확정안은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는 게 골자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막기 위해 구간설정위가 먼저 경제여건 등을 감안해 인상 범위를 정하면 결정위가 구간 안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다. 구간설정위의 전문가위원 9명은 노사정 추천과 노사 순차배제로 선정하도록 했다. 결정위는 노·사·공익 위원 각 7명 등 총 21명으로 구성하고, 공익위원은 국회가 4명, 정부가 3명을 추천한다. 최저임금 결정에 참여하는 공익위원 구성에 국회 추천 방식을 처음 도입했다.
최대 관심사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이었다. 최저임금 결정 기준 중 노동계가 강력하게 반대했던 ‘기업 지급능력’은 결국 빠졌다. 정부가 노동계의 반발을 고려해 노동계 손을 들어준 셈이다. 지급능력 대신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삽입됐다.
노동계는 기업의 임금 지급 능력을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보장이라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고 사업주의 무능력에 따른 경영난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아울러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며 노·사·정 당사자가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위는 전체회의를 소집했으나 노동계 요구는 경영계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노동계는 이원화 자체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노총은 25일 자유한국당과의 정책간담회에서 최저임금 결정 이원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노동계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정부의 최저임금 개편 확정안 발표 이후 입장문을 통해 “형식적 의견수렴을 명분으로 임시국회에서 법 개정을 강행하려는 시도를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도 논평을 내고 “‘최저임금 1만 원’으로 대표되는 저임금 노동 문제는 온데 간데 없고, 저임금 노동을 해결하자는 노동자와 계속 싼 값에 일 시키겠다는 사용자 사이 교섭갈등을 문제 삼은 결정구조 개악안”이라고 비난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불만을 표출해온 경영계도 기업 지급능력이 빠진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이 소상공인 등의 경제상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경제성장률뿐 아니라 기업 지불능력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확정안을 토대로 최저임금법 개정 논의에 들어간다. 최저임금법상 노동부 장관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에 요청하게 돼 있어 새로운 결정체계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부터 적용하려면 법 개정이 다음 달 중순까지는 완료돼야 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정의당이 정부안에 강력 반발하는 등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입법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