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대화방] 축의금·부의금 얼마 내야 하지?…헷갈리는 부조금 AtoZ 총정리

입력 2019-02-2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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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부부들의 청첩장을 받은 사람들의 최대 고민은 "축의금으로 얼마를 낼 것인가"이다. (출처=tvN 화면 캡쳐)

3월. 휑하던 책꽂이에 분홍색 봉투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계절이다. 내가 또 언제 이렇게 알록달록한 편지를 많이 받아볼까 잠시 설레기도 하지만, 봉투를 열어 청첩장 세 글자를 마주하는 순간 깊은 고뇌에 빠지기 시작한다. 3만 원, 5만 원, 10만 원. 이 중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머리를 굴려보지만 결국 정해진 답은 없다. 오로지 본인의 감에 의지해야 한다.

축의금에 대한 고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피할 수 없는 관문이다. 고등학교 친구와 우정이 상하지 않을 적당한 금액, 신혼여행에 다녀온 직장 동료를 마주하기 민망하지 않을 수준의 금액, 먼 친척이지만 부모님의 체면을 살려드릴 수 있는 알맞은 금액. 대체 알맞고 적당한 금액의 기준은 무엇일까.

이런 고민은 KBS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애정남' 코너 소재로 활용되기도 했다. 애정남은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의 줄임말로, 개그만 최효종은 축의금을 상황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4, 5, 9, 10월과 같은 결혼 성수기에는 3만 원, 비성수기에는 5만 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친구 부모가 내 이름을 알면 10만 원, 모르면 5만 원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청첩장을 받을 때마다 머릿속에서 굴러가는 숫자들. 이 숫자들이 골치 아픈 이투데이 기자들이 축의금부터 부의금까지 부조금에 대한 모든 것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많은 유튜버들은 "축의금, 얼마를 내야 하는가"를 주제로 다양한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출처=유튜브 캡쳐)

◇결론만 말하자면, 고민하지 말고 '5만 원'

기정아 기자(이하 기): 저는 축의금 고민 안 해요. 다 5만 원이에요. 교회 사람이든 직장 동료든 다 통일했어요. 그래야 머리가 안 아프거든요.

김준형 기자(이하 김): 글쎄. 다 통일하는 게 실질적으로 가능할까? 예를 들어 나는 고등학교 베프의 경우에는 최대 100만 원도 내본 적이 있거든. 사람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아닐까?

기: 물론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어요. 저도 친한 대학교 동기 4명 끼리는 30만 원씩 내자고 금액을 맞췄어요. 이런 식으로 친한 사이에는 금액이 올라가죠.

김: 아니 내 말은, 그런 식으로 금액을 맞추는 것 말고 내가 축의금을 조금 받았더라도 내가 여유로우면 상대에게 더 내기도 하고, 내가 많이 받더라도 상황이 어려우면 덜 낼 수도 있다는 거지.

기: 그런데 받는 사람으로서는 내가 호의로 많이 건넨 축의금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어요. 우리 사회에서 축의금은 내가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 거의 원칙처럼 굳어져 있잖아요.

김: 맞는 말이야. 그래서 동료들 결혼식에는 나도 5만 원씩 내는 편이야. 사실 엄청 친한 친구가 아니면 5만 원을 원칙처럼 지키는 것 같아. 직장 동료를 넘어선 깊은 관계라면 10만 원부터 시작하는 거지.

기: 사실 5만 원 축의금이 제일 일반적이죠. 저는 이 5만 원 문화(?)가 신권 때문에 생긴 것 같아요. 5만 원 권이 없을 때는 3만 원도 내고, 7만 원도 냈었잖아요. 그런데 5만 원권이 생기니까 만 원짜리랑 섞어서 내거나, 만 원짜리만 내기가 모호하게 됐잖아요? 신권이 축의금 5만 원 문화 확립에 이바지한 거죠.

▲한 유튜버는 실제로 신혼부부 세 쌍에게 축의금에 관해 여러 질문을 던지는 동영상을 올려 큰 인기를 끌었다. (출처=유튜브 캡쳐)

◇부의금, 축의금보다 훨씬 중요해

김: 얘기를 하다 보니 부의금 관련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 나는 개인적으로 장례식이 결혼식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슬픔을 함께 해주는 것이 훨씬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

기: 맞아요. 장례식이 그렇게 중요하다 보니 부의금도 굉장히 신경 쓰여요. 축의금과 비슷하게 내야 하나, 더 많이 내야 하나 고민되는 부분이죠. 이거는 결혼식 축의금처럼 제 나름대로 딱 떨어지게 금액의 기준을 정하지 못했어요.

김: 나는 결혼식 축의금보다 무조건 많이 내야 한다고 봐. 누군가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주에게 돈이 모든 위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상실감을 내 성의가 담긴 부의금으로나마 전하는 거니까. 그래서 결혼식 축의금이 5만 원이라면, 부의금은 10만 원으로 내는 편이야.

기: 저도 그 생각에는 동의해요. 결혼은 안할 수도 있는 행사지만, 장례는 누구나 치러야 하는 불가피한 것이잖아요. 세월이 흘러 가족 혹은 친지 분이 돌아가시는 것이 자연의 섭리니까요. 결혼식은 참석 못 해도 장례식은 꼭 참석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죠.

김: 사람들이 부의금도 축의금처럼 엑셀 파일로 정리해서 누가 얼마를 냈는지 갖고 있거든. 이런 것들이 다 나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당장 내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내가 그곳에 감으로써 이 사람에게 위로가 된다는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아.

기: 아, 추가로 이 문제도 있어요. 장례식이 끝나고 부의금을 나눌 때 가족끼리 싸우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이거는 무조건 특정인에게 들어온 부의금은 그 사람이 가져가는 것으로 원칙을 정해야 할 것 같아요. 본인에게 들어온 돈은 돈을 내준 사람에게 다시 되돌려 줘야 하는 돈이기 때문에 싸우고 뭐고 할 것 없이, 꼭 봉투에 적힌 이름따라 나눠 가져야 해요.

▲축의금을 카드 납부로 받는 등 결혼식장에서도 여러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출처=tvN 화면 캡쳐)

◇축의금도 '할부'하는 시대…'정' 사라졌나?

김: 요새는 결혼식장에 가면 축의금을 할부로 내는 신기한 광경이 펼쳐지더라고. 축의금 내는 곳에 카드 단말기가 마련돼 있는 곳이 있어. 아마 부모님이 사업자로 등록이 돼 있는 분이겠지?

기: 와 진짜 놀랍네요. 그러면 축의금도 할부 납부가 가능해진 거예요?

김: 그렇지. 내가 갔을 때는 카드 단말기를 갖고 계시던 신랑 측 어머니가 "얼마? 할부?"이러면서 거침없이 카드를 좍좍 긁으시더라고. 카드를 긁고 서명란에 내 이름을 쓰면, 그게 봉투에 쓰는 이름처럼 기록으로 남는 식이지.

기: 어떻게 보면 정이 없어져 가는 모습 같기도 해요. 봉투에 정성스럽게 담아서 제 이름을 적는 그 행동 자체가 축하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됐었는데.

김: 글쎄, 기술이 편리해진 것이지 정이 없어진 것 같지는 않아. 왜냐면 오히려 할부 납부가 편한 사람들이 있거든. 솔직히 결혼이 몰리는 달에는 축의금만 해도 거의 100만 원이 깨지기도 해. 이런 사람들은 할부 납부를 불가피하게 택하겠지.

기: 그럴 수도 있겠네요. 요새는 카드를 많이 써서 현금이 부족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러라면 '정'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결혼식장 식사가 진짜 맛있으면 정이 느껴지더라고요. 너무 식사만 챙기는 사람처럼 보이나?

김: 아니지. 결혼식장 식사는 굉장히 중요해. 나도 결혼 전에 청첩장 돌렸을 때 생각나. 사람들이 청첩장을 받고 열자마자 했던 첫마디가 "여기 밥 맛있는 곳이네?" 이거였어. 맛있는 음식에서 정도 나온다, 이런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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