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의원 등 한국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7명은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부권 행사는 상식과 법리 내에서 정당히 이뤄져야 하는데, 청와대의 이번 거부권 행사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원안위원은 위원장과 사무총장을 맡는 상임위원 2명과 비상임위원 7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되는데, 9명 중 4명은 국회에서 추천해 대통령이 위촉하도록 돼 있다. 여야는 작년 1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당이 추천한 이병령·이경우 원안위원 후보자 추천안을 통과시켰다. 이병령 후보자는 한국원자력연구소 원전사업본부장을 지낸 원자력 전문가이며, 이경우 후보자는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다.
하지만 지난달 원안위가 두 후보자가 위원 결격사유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하면서 위촉이 이뤄지지 않았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최근 3년 이내 원자력 관련 단체에 관여했던 사람은 위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병령 후보자의 경우 민간 원전수출 업체 ‘뉴엔파우어’의 대표로 재직 중이라는 점이, 이경우 교수는 과거 원자력산업회의에서 1회 지급받은 자문료 25만 원이 각각 문제가 됐다.
한국당 과방위원들은 청와대의 위촉 거부 결정에 대해 “이경우 지명자의 회의 자문료, 이병령 지명자의 원전 수출 마케팅 에이전시 대표 이력 등은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어 “원안위법에 대한 유권해석은 원안위 소관 업무로, 청와대가 결격사유를 판단할 수 없다”며 “원안위는 법적 검토도 없이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원안위원 2명을 무자격자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의 반발은 각종 논평과 발언에서도 이어졌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무소불위 문재인 정권의 오만불손”이라며 “국회 표결마저 뒤엎겠다는 것은 법치 민주주의에서 가당치도 않은 초법적 발상”이라고 날을 세웠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명백한 삼권분립 파괴행위이자 입법부를 무시한 초유의 사태다”라며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전문가를 배제하겠다는 심보”라고 말했다.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자 청와대도 적극 대응에 나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정례브리핑에서 “현행 원안위법에 따르면 한국당에서 추천한 이병령·이경우 후보 두 분이 결격사유에 해당 된다”며 “위촉 거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강정민 전 원안위원장도 작년에 바로 그 사안으로 사임했는데, 똑같은 이유로 한국당이 강 전 위원장의 사임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대변인은 “현행법상 원안위원 자격 요건이 너무 경직되게 규정돼 있어 정부도 그 규정을 풀어줘야 임명할 수 있겠다 싶어 국회와 법 개정을 협의 중”이라며 “법만 개정되면 두 분을 얼마든지 모실 수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