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일 무역적자 감축에 초점…일본 “공장 해외이전에 수출 연관성 떨어져” 반발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통화 약세 유도를 봉쇄하는 ‘환율조항’을 포함할 계획이며 미·일 무역협상 의제에서도 환율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플라자합의는 1985년 당시 주요 5개국(G5)으로 불렸던 미국과 일본 프랑스 독일 영국의 재무장관들이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외환시장 개입에 의한 달러화 강세 시정에 합의한 것을 뜻한다. 일본은 플라자합의에 따른 엔고로 버블현상이 일어나 이후 경기침체에 허덕이는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해야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은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 감축을 위해 환율문제를 논의 대상에 포함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월 취임 이후 거듭해서 중국과 일본 등이 자국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고 있다며 강달러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지난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환율조항’이 포함됐고 중국과의 합의안에도 들어갈 가능성이 커서 일본이 그 다음 대상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는 평가다.
앞서 트럼프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9월 정상회담에서 이른바 물품무역협정(TAG) 협상을 하기로 합의했다. 미·중 무역협상 장기화로 TAG 논의 개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3월 중 일본에 들어가 협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은 물론 일본과의 사이에서도 심각한 환율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플라자합의로 커다란 충격을 받았던 일본은 환율에 대해서는 완강히 저항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자국 기업의 생산거점 해외 이전이 많이 진행돼 환율 변동과 수출의 상관관계가 희미해졌다는 점을 환율문제 제외 논거로 삼으려 한다고 통신은 전했다.
아사카와 마사쓰구 일본 재무성 외환 정책 담당 재무관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환율과 일본 수출 연동성은 약해졌으며 대부분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일 무역협정에서 환율조항이 포함되는 등 어떤 형태로든 정책적으로 이를 연관짓는 것은 찜찜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추산에 따르면 엔화 실질실효환율과 수출량지수의 상관계수는 2009~2018년에 0.01로, 이전 10년간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6년 자국 제조업의 현지 생산비율이 23.8%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환율에서 일본의 주장에 납득할 가능성은 낮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일본은행(BOJ)이 지난 수년간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양적완화 등 경기부양책이 엔화 약세를 이끈 원동력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TAG에 환율조항이 포함되면 BOJ는 다음 경기침체가 왔을 때 간접적으로나마 엔화 약세를 유발하는 행동에 제한을 받게 된다. NLI기초연구소의 우에노 쓰요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BOJ가 다른 중앙은행에 비해 시장관여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은 환율조항 도입은 물론 BOJ 정책 제한에도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