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000억대로 급성장…“포장 부자재 필요없는 시스템 연내 첫선”
최근 국내 유통 시장의 최대 화두는 배송, 그중에서도 새벽배송이다. 거대 유통 공룡들이 이 시장에 주목하면서 잇따라 참전하고 있다. 2015년 100억 원대에 불과하던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은 지난해 4000억 원대로 훌쩍 뛰었다. 그 사이 새벽배송의 3대 원조 스타트업으로 꼽히던 배민찬은 사업을 접었고, 이제 헬로네이처와 마켓컬리만 남았다. 롯데백화점과 현대홈쇼핑 등 대기업이 시장을 파고들었다. 소프트뱅크의 지원을 등에 업은 쿠팡은 업계 처음으로 전국 새벽배송에 나서며 선두 자리를 꿰찼다.
새벽배송 시장은 쫓고 쫓기는 분위기로 그야말로 과열 양상이다. 이런 와중에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헬로네이처 본사에서 만난 오정후(49) 대표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되레 경쟁자를 반겼다. 시장 파이가 커지면서 소비자 이목을 끌 수 있다는 역설적인 이유에서다. 오 대표는 “아직 새벽배송 서비스를 모르는 소비자가 많다”면서 “지명도 높은 대기업의 시장 진입은 헬로네이처로서는 손 안 대고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강조했다.
헬로네이처가 스타트업계에서 처음 이름을 알린 것은 2015년 마켓컬리와 함께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하면서다. 이후 2016년에는 SK그룹에 흡수됐다가 지난해 6월 편의점 CU(씨유)를 운영하는 BGF로 둥지를 틀었다. BGF는 유상증자 형태로 3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50.1%를 취득하고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다. 당시 헬로네이처 지분 인수를 주도한 인물이 바로 BGF에서 전략기획실장을 맡고 있던 오 대표였다.
오 대표는 “개인적으로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높았고, 편의점 회사가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진 신선식품 시장에 발을 내딛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들었다”면서 “특히 신선식품 시장은 대중적인 편의점 이미지와 보완 작용을 통해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헬로네이처 수장에 오른 오 대표가 가장 먼저 집중한 것은 상품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상품 자체가 최고의 무기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부임하고 가장 먼저 ‘신선하고(fresh), 유행을 따르고(trendy), 쉬운(easy) 상품’이라는 모토를 정했다”면서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1000여 명의 생산자로부터 직접 상품을 가져와 팔면서 품질을 높였다”고 말했다. 또 좋은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MD 인력을 2배로 늘리고, 생산자 이름을 제품명 앞에 붙이는 ‘실명제’를 실시한 것도 오 대표의 전략이다.
지난해 9월 헬로네이처가 판매해 이슈가 된 ‘샤인머스켓’은 그의 노력이 깃든 대표작이다. 이 상품은 한 송이(1.2㎏) 가격이 3만 원 수준으로, 경쟁업체보다 2배가량 비쌌다. 하지만 오 대표는 좋은 품질은 결국 인정받을 것이라는 뚝심으로 판매를 밀어붙였다. 포도의 일종인 이 상품은 경북 상주에서 30년 가까이 농사를 짓고 있는 추성엽 장인이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해 값은 비쌌지만, 일반 ‘샤인머스켓’에 비해 알이 1.5배 정도 굵고 당도는 30%가량 높았다.
오 대표의 선택은 통했다. 월 30~40개가 판매되던 이 상품은 입소문을 타고 론칭 한 달 후부터는 400개씩 팔리며 대박을 터뜨렸다. 헬로네이처가 건강한 프리미엄 식품 업체로 명성을 날리게 된 것도 이즈음이다. 이어 ‘장위 딸기’와 ‘붉은 아오리’ 등 시중에서 보기 힘들면서 질 좋은 제품을 소개해 줄줄이 히트를 쳤다. 오 대표의 선구안은 성과로 이어졌다. 올 1월 헬로네이처의 월 매출은 처음으로 20억 원을 넘었다. 1년 전 대비 2배가량 오른 수치다. 올해 매출 목표는 작년(163억 원)의 두 배 이상으로 정했다.
그는 “신선식품 시장의 주요 타깃은 품질 좋은 음식에 대해 확고한 취향이 있는 30~40대”라면서 “상품 본질에 충실한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시장임을 확인했다”고 회상했다.
현재 헬로네이처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신선식품 시장 확대에 대비해 기초 체력 다지기에 한창이다. 지난달 13일 경기도 부천에 하루 1만 건의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물류센터를 새롭게 오픈했다. ‘부천 신선물류센터’는 총 4630㎡(약 1400평) 규모로 기존 이천센터에 비해 6배가량 배송 처리 규모가 크다. 또한 업계 최초로 AI(인공지능), 냉동 워크인 시스템 등을 갖췄다. 오 대표는 “시장 확대에 대비해 MD 소싱 능력을 갖춰 상품 본질에 집중하고, 물류에 투자해 바닥부터 다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동시에 IT 등 인프라 구축에도 투자한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주문할 때 느리고 불편하다는 평가가 많았다”면서 “최근 서버를 AWS(아마존웹서비스)로 바꾼 데 이어 현재 자체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3~4 분기 중에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경영도 강화한다. 최근 온라인 배송 급증과 함께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배송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헬로네이처는 업계 최초로 재활용이 가능한 아이스박스를 사용 중이다. 오 대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포장 부자재가 아예 필요 없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연내 선보이겠다”고 자신했다.
△오정후 대표는 누구?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영등포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거쳐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수료했다. 2000년부터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액센츄어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2010년에는 대한전선 CFO(최고재무관리자)로 법정관리 업무를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는 BGF 전략기획실장과 사우스스프링스 대표를 역임했고, 현재 헬로네이처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