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강해지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추진해오던 금융 정책의 정상화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미국이 금리인상을 중단하기로 밝힌 데 이어 7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중국도 은행을 통하지 않고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그림자 금융’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경기 둔화에 대한 경계 태세에 돌입하자 ECB도 보조를 맞춰 파격적으로 금융정책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ECB는 또 경기 악화를 막기 위해 올 9월부터 새로운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III)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2021년 3월까지 2년 만기로 저리 자금을 은행에 공급함으로써 기업과 가계에 돈이 돌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ECB는 2016~2017년에도 이와 같은 대출프로그램(TLTRO2)을 통해 7000억 유로 이상을 은행에 대출해줬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2020년 6월 이후 만기를 맞는 이탈리아 등에 자금난이 발생하기 않도록 미리 진화할 목적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ECB의 이같은 결정이 금리인하와 양적완화의 재개 등 본격적인 완화책은 아니지만 ECB의 자산을 부풀려 시중에 자금을 늘린다는 점에서 사실상 금융완화라고 평가했다. 경기 침체가 일시적인지 아닌지를 판별하기 위해 시간을 벌자는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기자 회견에서 “리스크가 아래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경기 전망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2019년 유로존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1%로 작년 12월 시점에 예상한 1.7%에서 0.6%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도 1.6%로 1.2%에서 낮췄다. 드라기 총재는 “경기 침체가 물가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기준금리 동결과 TLTRO-III 등 금융 완화책을 통해 경기를 뒷받침할 뜻을 시사했다.
문제는 중앙은행이 예상보다 일찍 금융완화 축소에 제동을 걸게 되면 다음 경기 침체에 대한 대비책을 내놓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은 당초 기준금리를 3.5%까지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2.25~2.50%에 그친다. 충분한 금리인하 여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ECB도 기준금리가 0%, 은행이 ECB에 잉여 자금을 맡길 때의 금리가 -0.4%여서 추가 금리 인하 여지는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초저금리 장기화는 정부와 기업, 가계의 부채를 급증시킨 가운데 경기 둔화를 막아야 할 금융완화가 다음 버블을 만들어낼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