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하노이’ 대비 남북경협 준비…내년 총선 당내 기반 강화
이번 개각을 통해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대거 당에 복귀하고 학계·관료 출신 등 전문가그룹이 전진 배치한 데서 '경제정책 드라이브' 기류가 읽힌다. 애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우상호 의원이 막판에 당에 남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결국 정치인 출신 장관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두 명만 발탁됐다.
이번 개각으로 김부겸·김현미·도종환·김영춘 장관이 당으로 복귀한 데다 기존 임종석 전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진들의 당 복귀까지 고려한다면 내년 총선 준비에 친문 세력의 입김이 세졌다. 이번 개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8월 이후에 내년 총선 준비를 위해 당에 복귀할 가능성이 커 친문 세력의 당 장악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각엔 민생·경제 분야에 활력을 불어넣어 경제를 살리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담았다. 7개 부처 중 5곳이 해당 분야에서 손꼽는 정책전문가를 발탁한 게 이를 방증한다.
분위기 쇄신의 성격도 강하다. 지난해부터 최악의 고용침체와 경기 부진, 환경부 블랙리스트 논란, ‘미세먼지 대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전, 특별감찰반 의혹, 음주운전 등 공직기강 해이, 공수처 등 사법개혁 미진 등 경제 안팎과 청와대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로 이대로는 국정 동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컸다. 이번 개각으로 인적 쇄신과 경제에 집중해 국정 동력을 다시 찾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의중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개각은 문재인 정부의 중반기를 맞아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며 “그리고 이런 성과를 위해서는 능력이 검증된 인사를 발탁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각에서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여성 장관 30%를 맞추지 못한 점은 아쉽다는 것이 여성계의 지적이다. 여성 장관 비율은 22.2%(18명 중 4명)로 개각 이전과 같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빠진 자리에 박 신임 중기부 장관 후보자가 들어와 여성 비율이 기존과 같아졌다. 이번 개각 과정에서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여성인 이연승 선박안전기술공단 이사장이 막판까지 거론된 것도 문 대통령이 여성 장관 비율을 의식한 고민의 흔적이다.
여성 장관 30% 공약에 대해 김 대변인은 “대통령께서 항상 염두에 두시고, 그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 고심을 하고 있다”며 “그런데 그 상황과 여건에 맞지 않아서 못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