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금융감독원 종합검사를 앞두고 한 대형 보험사 임원이 한 말이다. 당국이 자동차 보험료 가격도 모자라 시중 은행장 인사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불만이 한가득이다. '슈퍼 갑(甲)'이 부리는 칼 앞에 어쩔 도리가 있느냐는 볼멘소리도 빼먹지 않는다.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의 금융발전지수를 19위(140개 국가 중, 2018년 기준)까지 올려놓은 그들의 성과를 신중치 못한 언행으로 '금융회사=범죄자'로 오해하게 만든 데 대한 공감이었다.
하지만 당국의 행보를 깡그리 얕잡아 '관치'로 통칭하는 것엔 동의하지 않았다. 소비자 입장에서 되물었다. 글로벌 위상에 걸맞은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느냐고.
얼마 전 금융위원회가 설문 조사를 했더니 국민 10명 중 7명이 '금융회사는 상품을 팔고 나면 고객에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은행권 채용 비리부터 대출금리 조작, 보험금 지급 거부 등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5년 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때도, 회장과 행장이 동반 퇴진한 KB 사태 때도 그들의 답은 한결같았다.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소비자 보호를 빈틈없이 하겠다."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지금껏 이어지고 있고 그 피해는 고객이 떠안고 있다.
이유가 뭘까. 벌이 약해서다. 2005년 12개 글로벌 대형 은행들은 리보(LIBOR) 금리를 조작하다 20억 달러(약 2조2000억 원)의 벌금을 물었다.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한국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글로벌 IB들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근거가 명확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은행들 대출금리 조작 사건을 계기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실천은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책임질 준비를 하는 데서 나온다."
독일 목사 본회퍼(Bonhoeffer)의 말이다. 소비자 머릿속에 금융회사들이 '믿을만한 곳'이란 인식이 자리 잡으려면 책임감 있는 모습이 더 필요하다. 그전까지 금융당국의 간섭은 '다스리려는 힘(治)'이 배제된 '관리'가 더 적절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