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인기 좋을 땐 옆에서 사진 찍더니 카풀 문제 되자 외면”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감옥에 보내겠다는 분위기였다. 법인 설립 10년째인 지금, 공유 버스 플랫폼 운영은 순조롭지만, 승차 공유와 관련한 법은 한 발짝도 진보하지 않았다.”
공유 버스 플랫폼 ‘위즈돔’은 올해로 법인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한상우(45) 위즈돔 대표가 스스로 ‘승차 공유계의 시조새’라고 칭하는 이유다.
2009년 법인 설립 이후 2010년 ‘e버스’를 론칭한 위즈돔은 2011년 버스 업계의 형사 고소 움직임에 서비스를 중단하는 위기를 겪었다. 여론과 지역구 의원들의 지지에 2013년 정부로부터 노선 면허를 받아 역경을 극복했다. 그러나 e버스의 재개와는 별개로 승차 공유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됐다. 지난 7일 카카오와 택시 단체 간 벼랑 끝 합의가 내려졌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승차 공유업체들과 파고를 함께 넘고 있는 한 대표를 지난 4일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위즈돔 사무실에서 만났다.
카카오와 택시 단체 간 막판 합의가 한창이던 이날 한 대표는 변호사 출신으로서 이 문제를 “합법, 불법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즉 상식과 국민 법 감정에 맞게 입법이 되어야 하는 문제라는 뜻이다. 한 대표는 “변호사 생활을 10년 이상 한 사람으로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국민 거주 이전의 자유보다 중요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법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한 대표는 법도 진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에서 동성결혼이 허용되고, 우리나라에서 간통죄가 폐지된 것과 같은 이치다. 그는 “곳곳에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일고 있다”며 “그런데 정부는 ‘싸워 봐라, 중재할게’라는 태도를 보인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10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한 대표는 관료들에게 연민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그는 “‘규제 개혁’이라는 큰 과제를 어떻게 일개 관료들이 할 수 있겠냐”며 “정치인, 장관들이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어 “카카오가 인기 좋을 때는 정치인, 시장, 도지사 할 것 없이 옆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이제 카카오가 분란을 만든다고 생각하니까 뒤로 빠져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왜 업자끼리의 싸움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 씨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로스쿨을 거쳐 미국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그러다 2009년 초중고 단짝과 함께 위즈돔을 설립했다. 2010년 세계 최초로 고객들이 직접 모여 노선을 정하는 ‘e버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서비스는 전세버스 회사 측의 반발로 2011년 중단됐다. 여론과 지역구 의원들의 지원에 힘입어 2011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이끌었고, 2013년 노선 면허를 받는 데 성공했다. 현재 SK, 한화, CJ, 카카오 등의 통근버스를 스마트화해 200여 대의 대형 통근버스를 운행하고 있고, ‘아이보스(AIBOS)’라는 버스 관제·관리·운영 사업도 하고 있다.
한 대표는 “매달 20일 오전 10시가 되면 통근버스를 예약하는 창이 열리는데 5분 안에 전 좌석이 매진된다”고 밝혔다. 출퇴근 셔틀버스 중개 앱 ‘모두의셔틀’이 월 단위라면 위즈돔은 일 단위로 결제할 수 있다. 위즈돔이 관제, 관리하는 통근버스는 일일 1000대가량으로, 하루에 1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을 실어나르고 있다.
올해 목표는 관광, 레저 영역으로의 확장이다. 이달 29일 개막하는 서울모터쇼를 시작으로 록페스티벌, 프로야구, 겨울의 스키리조트까지 위즈돔은 이들과 협약을 맺고 전용 셔틀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내달부터는 여행사 ‘노랑풍선’의 시티투어 버스와 연계 사업도 시작한다.
가장 힘을 주는 부분은 경기도 프리미엄 광역버스다. 스마트 광역버스를 운행하기 위해 위즈돔은 지난해 6월 카카오모빌리티와 ‘스마트버스 전략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한 대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올해 플랫폼 경제 활성화를 강조한 만큼 기대가 크다”며 “10년을 준비한 프리미엄 광역 버스는 하늘이 무너져도 운행할 것”이라고 의지를 나타냈다.
누적 투자액이 350억 원에 달하는 위즈돔은 2021년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다만 한 대표는 “상장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라면서 “하루에 100만 명의 고객을 실어나르는 기업으로의 성장이 목표”라고 했다.
한 대표는 ‘좋은 버스가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갖고 있다. 그는 “결국, 공유 버스는 지구온난화를 막아 북극곰을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