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서울 청약시장은 불패’라는 시장의 믿음이 금가고 있다.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인 데다 주택시장까지 약세를 보여 청약 대기자들이 신중해지는 분위기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에는 연초만 해도 볼 수 없던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일반공급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한 특별공급(이하 특공)에서 미달하는 단지들이 속출한 것이다.
지난달 25일 서대문구에 분양한 ‘홍제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특공 결과 다자녀 가구의 경우 6개 평형 중 4개, 노부모 부양은 4개 평형 중 2개가 미달했다.
바늘구멍 들어가듯 당첨되기 어렵다던 신혼부부 특공도 84㎡ 평형의 경우 13가구 배정에 20명이 지원하는 데 그쳤다. 이는 연초 서울 동대문구에 분양한 ‘e편한세상청계센트럴포레’ 84㎡ B 평형 18가구 모집에 337가구가 몰린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이튿날 노원구에 분양한 ‘태릉효성해링턴 플레이스’는 다자녀 가구 6개 평형 중 4개 평형이 미달했다. 59㎡ A형의 경우 16가구 모집에 2명, 74㎡ A형은 24가구에 5명만 청약했다.
1순위서 10점대, 30점대가 당첨되는 등 최저 청약가점도 낮아지는 상황이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서울 아파트 당첨자의 평균 청약가점은 58.4점이다.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는 84점 만점인 청약 가점에서 36점만 되도 84㎡ C형에 당첨될 수 있었다. 앞서 1월 말 분양한 ‘e편한세상 광진그랜드파크’는 전용 84㎡ C의 당첨 최저 가점이 17점으로 나타났다. 두 단지 모두 고분양가 논란을 빚어 수요자들이 선뜻 지원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븐석된다.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이 약세장인 만큼 비싼 값에 분양받는 리스크는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서 1순위 청약경쟁률도 낮아졌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1~2월 1순위 청약 경쟁률은 서울이 6.6대 1로 지난 한 해 기록인 27.9대 1보다 급격히 움츠러든 상황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은 일부 미달 주택형이 나오고, 청약 경쟁률이 낮아지는 등 과열된 청약시장이 진정되는 모습이 일부 나타나기도 했으나, 여전히 신규 아파트 분양으로의 수요 유입은 꾸준하다”며 “단 가수요 차단 등의 정책 효과는 확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