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정책 탓에 카드사 매력 줄어
롯데카드 인수전 열기가 가라앉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신용카드업에 부정적인 정책을 내놓으면서 인수 매력이 사라진 탓으로 풀이된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 인수 적정인수후보군(숏리스트)에 포함된 IMM PE가 롯데카드 입찰 참여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정책 탓에 카드사의 메리트가 줄면서 인수 의사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5일 '페이' 방식 결제시스템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핀테크 사업에 은행의 결제망을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페이 방식 결제시스템에서는 카드가 필요없다. 앞서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한 한 투자자는 "금융위 정책은 카드업의 밸류에이션을 낮추는 요인"이라며 "페이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카드업은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정부의 발표에 카드업의 앞날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무디스는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대체 결제 서비스와의 경쟁 심화가 카드사의 수익성을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에서 특히 높은 카드사의 소비자 지출 분야 시장 점유율이 낮아질 것"이라고 짚었다.
당국의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도 업황을 어둡게 했다.
인수가도 롯데그룹의 기대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인수 후보 중 하나인 하나금융이 롯데카드의 희망가 1조5000억 원보다 낮은 금액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하나금융이 롯데카드 인수로 얻을 이익과 자금 여력 등을 고려할 때 인수 가치가 1조2000억 원 이하여야 할 것으로 판단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합병 카드사의 이익을 2500억 원 수준으로 가정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현재보다 높은 9% 이상이 되려면 자본이 2조8000억 원 이하여야 한다"면서 "하나카드의 자본 1조6000억 원을 감안할 때 롯데카드 인수 가치는 1조2000억 원 이하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롯데카드는 IMM PE와 한화그룹, 하나금융지주, 한앤컴퍼니, MBK파트너스를 숏리스트에 선정했다. 이들은 다음 달 본입찰을 앞두고 예비실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한화도 시큰둥한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롯데카드 인수를 위한 실사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인수 자체를 장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수 포기 관측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지주사 전환으로 인해 10월까지 금융계열사 지분을 처분해야 하며 이에 상반기 중 매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조 이상의 딜은 실사 비용이 10억원 정도는 들어간다"며 "그럼에도 포기를 한다는 것은 인수 메리트가 전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