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일 공동주택(아파트, 연립·다세대) 공시가격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공시가격은 각종 세금의 산정 기준이기 때문에 가격을 떠나 집을 가진 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번 공시가격의 추진 방향은 형평성이었다. 시세와 공시가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특히 공시가 현실화율이 낮아 그간 남모르게 발생한 고가주택의 세혜택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반면 시세가 낮아진 지역에 있거나, 중저가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공시가 상승률을 낮게 책정했다. 세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등장한 숫자가 중저가 공동주택 97.9%, 고가주택 2.1%다.
문제는 정부 정책을 알리는 보도자료가 97.9%에만 쏠려 있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공시가격 12억 원 이상의 공동주택에 대한 세금 변화를 알 수 있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중저가 공동주택의 세금 변화에만 초점을 맞췄다.
“돈 많은 사람들이야 알아서 세금 내겠지. 신경도 안 쓸꺼야…”. 공시가 변동을 얘기할 때 종종 나오는 시장의 목소리가 정부 정책 보도자료에서도 들리는 듯 했다. 시장의 떠도는 얘기를 투영한 듯한 정책 자료에 아쉬움이 큰 이유다.
헌법 제38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나와 있다. 자산의 규모를 떠나 국민이라면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하는 의무를 가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이 수행해야 할 책임에 대한 정보는 충분히 알려야 한다.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격 보도자료에는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5개 부처가 참여했다. 이들 부처가 9쪽짜리 보도자료를 준비하면서 고가주택 소유자들의 소득수준, 주택 시세 등을 고려할 때 공시가 인상이 왜 과도하지 않는지, 세금이 왜 지나치지 않은지 충분히 설명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보도자료에 7차례나 언급했던 97.9%를 위한 정책이 지금보다 더 인정받았을 것이다.
‘전지적 작가 시점’. 작가가 소설 속 인물의 행동은 물론 내면까지 분석 설명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을 말한다. 균형있게 전체를 바라보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정부의 시점이 필요한 때다. 공정함은 사소한 불평도 사라졌을 때여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