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의 파열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안 의결 불발에 이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도 차질을 빚고 있다. 경사노위에서 합의안을 내지 못하면서 노사 갈등에 시간만 낭비하고 국회로 넘기는 모양새다. 대타협기구 무용론은 그래서 나온다.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공익위원들은 18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경사노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이달 내로 ILO 핵심협약 비준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수근 위원장은 “이달 말까지 합의가 안 되면 논의된 결과를 국회에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비준 전에 국내법을 손질하자는 게 정부의 입장이고 이 논의를 노사관계위에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익위원안을 내놨지만 노사 모두 반발했다. 지난달 25일 실무협상을 진행한 후 3주째 관련 논의가 사실상 멈춰진 상태다. ILO 핵심협약 비준 조건과 내용을 놓고 노사 간 입장차가 크다. 노사관계위 소속 공익위원인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월 말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불참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달 안에 합의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경사노위는 11일 3차 본위원회를 개최했지만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이 불참해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이에 탄력근로제 개선, 한국형 실업부조, 디지털 전환에 대한 대응 등 사회적 합의를 최종 의결하는 데 실패했다.
탄력근로제 합의 불발에 이어 ILO 핵심협약 비준이 사회적 대화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국회로 넘어간다면 경사노위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현재 경사노위의 구조로는 합의안을 내놓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력근로제나 ILO 핵심협약 비준은 이해관계자의 대화에 앞서 우리사회 노동의 프레임을 어떻게 짤 것인가 정부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며 “정부가 안에 대해 먼저 틀을 만들어 놓고 필요성이나 가능성에 대해 세밀하게 분석하고 문제점을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교수는 “현실화하는 단계에서 노사 양측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는데 지금은 거꾸로 돼 있다”며 “사회적 대화가 정부와 국회의 역할과 책임을 당사자들에게 떠넘기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