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론이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가운데 토러스투자증권, 키움증권, SK증권 등 3개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거래정지 직전 거래일까지 ‘매수’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최근들어 ‘장밋빛’ 전망을 담을 보고서가 집중적으로 게재되면서 리서치센터의 신뢰성마저 도마에 올랐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라이트론은 전날 성운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통보받았고 공시했다. 자금지출 관련 내부통제제도가 불충분했으며, 일부 거래 타당성 및 회계처리 적정성 판단이 부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거래 정지상태로, 오는 27일까지 이의신청이 없으면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라이트론 사태로 리서치센터 신뢰성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건 단연 토러스투자증권이다. 이왕진 연구원은 2월 20일 첫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함께 기관투자자 대상 NDR(투자설명회)을 진행한 후 25일 두 번째 보고서까지 시장에 공개했다.
이왕진 연구원은 첫 보고서에서 ‘글로벌 기업 러브콜 폭주 중… NASA가 인정한 국보급 수소기업’이라는 제목으로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1만7200원을 제시했다. 목표주가는 이례적으로 전날 종가 대비 45.1%나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해 연결기준 실적이 대폭 악화됐고, 자회사 메타비스타 성과도 전무한 상황에서 미래 성장성 만을 근거로 흑자전환에 이어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토러스투자증권은 라이트론과 함께 기관투자자 대상 NDR도 함께 진행했다. 리서치센터 연구원과 라이트론 관계자가 함께 기관투자자를 만나 회사에 대한 투자정보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후 ‘라이트론-NDR 후기: 하반기 17조 드론시장 출격준비 완료’라는 보고서까지 게재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 ‘투자 유망 회사’라는 인식이 들면 보고서 작성에 이어 기관투자자 대상 NDR까지 진행한다”며 “증권사와 법인 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 향후 법인의 메자닌 발행 등을 유치해 수익을 낼 수 있어 경쟁적으로 활용한다”고 귀띔했다. 앞서 라이트론이 메자닌 발행을 자사 경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수 증권사의 속뜻이 추론되는 부분이다.
키움증권도 이달들어 라이트론에 대한 긍정적인 보고서를 작성했다. 김상표, 박재일 키움증권 연구원은 4일 ‘5G 및 액화수소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주’라는 제목으로 5G 관련 광통신 부품 호조에 대한 내용과 액화수소 매출 전망을 포함했다.
거래정지 직전일인 15일 관련 보고서를 낸 SK증권도 난감한 상황이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나승두 연구원은 19일 “중소형 통신장비 부문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비중이 크진 않지만, 정리하는 게 맞다는 판단하에 언급하는 정도로 작성했다”며 “당시 꺼림칙한 부분이 있어 예상실적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나 연구원은 또 이날 상장폐지 사유 발생 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외부감사법 시행으로 감사의견 공포가 커지고 있다”면서도 “금융위원회, 기업 외부감사 부담을 줄이기 위한 상장관리 규정 개선 추진하고 있어 이달 내 상장폐지 조건부 유예 등 개선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정확한 투자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리서치센터도 기업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기엔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한다. A사 연구원은 “당시 정부가 수소 경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라이트론 자회사 메타비스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말한다. 또 “일단 IR행사에서는 검증 자체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B사 연구원은 “증권사에서 활용하는 회계자료가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경우가 많아 내부 자료까지는 접근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