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 연구 장비 개발 없는 혁신성장은 한계가 있다. 혁신성장의 기반은 최첨단 장비다.”
상장사 영인프런티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이덕희 한국분석과학기기협회장의 말이다.
이덕희 회장은 “일자리 창출과 성장이라는 두 가지 핵심 과제를 푸는 해법으로 혁신성장을 말한다”며 “혁신 성장의 기반은 최첨단 연구 장비”라고 강조했다.
고민해야 할 부분은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력의 유무다.
이 회장은 “과학과 기술, 두 단어가 서로 분리되지 않고 오래전부터 ‘과학기술’이라는 한 단어로 사용되고 있지만,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기술이 더 진보된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면, 과학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2017년 기준 63조 원에 달하는 세계연구장비 시장에서 우리나라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0.1%에도 미치지 못한다. 당연히 이 분야 세계 100대 기업에 한국 기업 이름은 없다.
반도체, 조선, 디스플레이 등 여러 산업 부분에서 한국은 세계 정상급에 있지만, 그 토대인 첨단연구장비는 후발 주자인 셈이다.
주목할 점은 첨단연구장비의 가치다. 최근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산업화로 연결되는 시간이 짧아지고 있는 가운데, 첨단장비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유전체분석, 유전자편집 기술 등 바이오 분야가 대표적이다. 원자현미경 등 최첨단 바이오 장비가 관련 분야의 발달을 이끌었다. 혁신성장이 선도적인 과학기술로 가능한 상황이지만 이 분야에서의 대한민국의 위상은 초라하다.
이덕희 회장은 “우리나라는 추격형 성장 과정에서 선진국 제품의 모방과 실용화, 개선된 제품의 개발 등에서는 두각을 보였지만 선도형 제품 개발에 있어서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첨단과학기술과 연구 장비의 밀접한 연관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구 장비 분야 세계 3대 강국은 미국, 일본, 독일이다. 특히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연구장비분야 세계 20대 기업에 미국은 8개, 일본은 5개 기업이 올라있다. 1위 써모피셔, 2위 다나허, 3위 시마즈 등 기업들은 국가의 과학 기술 강국 위상을 높여주는 역할을 인정 받으면서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 지원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제대로 된 혁신성장의 길을 가기 위해선 이제라도 연구장비개발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전담 과제와 기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