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주주총회(주총)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대표이사에서 퇴진한 것이 29일 예정된 한진칼 주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한진칼 주총의 경우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조 회장 측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진칼 주총의 주요 안건은 두 가지다. ‘석태수 한진칼 대표 사내이사 재선임 건’과 ‘이사 자격과 관련한 국민연금 주주제안 건’.
우선, 석 대표 재선임 안건은 무리 없이 주총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과 우호 세력의 지분이 보통 결의사항 의결 정족수인 50%를 넘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내이사 재선임의 경우 보통 결의사항이다. 이 경우 출석 주주 과반수의 의결권을 확보하면 통과된다. 2대 주주인 KCGI(12.80%)가 반대표를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조 회장 측(28.93%)이 우호 지분과 힘을 합하면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석 대표 재선임 안건에 찬성 투표를 권고한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반면 국민연금이 제안한 정관 변경안의 경우 주총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국민연금은 주주제안을 통해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자를 이사직에서 즉시 해임하고 3년간 재선임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내용의 정관변경 안건을 주총에 올린 바 있다. 배임과 횡령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 회장 측은 반대표를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정관변경 안건의 경우 특별결의 사항이라는 점도 조 회장 측에 유리하다. 특별결의 사항은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찬성을 얻아야 통과된다. 이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1을 확보하면 해당 안건 통과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28.93%)이 이미 이 수준에 육박한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해당 안건은 부결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도 회사 측이 안건으로 올린 정관변경 안건의 통과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진칼은 자산총액 2조 원 초과로 인해 상근감사를 폐지하고 감사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내용의 의안을 상정했다. KCGI 측은 이 안건이 “상근감사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 3%로 제한하는 ‘3%룰’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하며 공세를 이어온 바 있다.
한편, 한진칼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던 KCGI는 주총에서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서울고등법원 민사25부는 “한진칼 주총에서 KCGI가 주주제안을 할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29일 주총에서 KCGI의 주주제안(사외이사·감사 선임 건 등)은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