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전후 자율주행차량 상용화...라이다 기술 표준 시간 걸릴 것
자율주행차량이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뒤바꿀 혁신으로 여겨지면서 돈과 기술이 몰리고 있다. 아직 미개척지인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자동차업계의 전통 강자와 첨단 기술기업들의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지난달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오로라에 5억3000만 달러(약 5954억 원)를 투자했다. 오로라는 지난해 1월 현대차, 폭스바겐과 기술협력을 맺기도 했다. 2021년까지 운전자 개입 없이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시스템을 상용화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우버와 리프트, 제너럴모터스(GM), 볼보 등 많은 업체들이 2020년 전후로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나설 전망이다.
한발 앞선 곳도 있다. 구글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사업 부문인 웨이모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엔지니어가 운전대 앞에 앉아 있는 ‘제한적’ 자율주행이었지만 웨이모의 서비스 상용화는 자율주행 역사에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율차 컨설팅 업체 브러틀앤코의 그레이슨 브러틀은 “웨이모 상용서비스는 게임 체인저다.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의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설익은 기술이 자칫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볼보자동차의 하칸 사무엘슨 최고경영자(CEO)는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자율주행차량 출시는 무책임하다. 소비자와 규제당국의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율주행차량 관련 기술 발전을 망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무분별한 경쟁의 부작용을 경계했다.
사무엘슨 CEO의 발언은 최근 자동차업계가 잇달아 내놓고 있는 부분 자율주행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제조사들이 주행 및 제동장치를 부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이면서 그 능력을 지나치게 강조해 소비자들의 과잉 의존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결국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선두주자인 테슬라의 잇단 사고는 자율주행차의 안전 논란에 불을 지폈다. 2016년과 올해 오토파일럿 모드로 달리던 테슬라 차량이 트레일러와 추돌하면서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후 테슬라는 “오토파일럿은 완전 자율주행이 아니라 운전자가 사용 시 철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기능”이라며 “핸들 위에 손을 올리고 수동운전으로 전환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그 자체도 풀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자율주행차량은 기본적으로 ‘라이다’라고 불리는 감지 시스템에 의존하는 구조다. 최첨단의 이 센서가 빛을 이용해 자동차 주변 환경의 이미지를 정확하게 판별한다. 자율주행차량의 ‘눈’을 개발하는 50개의 스타트업에 지난 3년간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투자됐다. 그러나 자율주행 차량업체들과 공급업체들은 아직 해당 센서에 대한 표준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가격을 낮추고 대량 생산할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고 FT는 평가했다. 토마스 세드란 폭스바겐 선임 전략가는 “라디아 기술에 비약적인 도약이 필요하다”며 비용 절감이 우선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아직 신생기술인 라이다가 생산비용을 낮춰 대량생산이 가능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글렌 드 보스 앱티브 최고기술경영자는 “비용 곡선이 낮아지기까지는 몇 세대가 걸린다. 5년에서 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