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실채권 시장, 1589조로 세계 최대 규모…론스타·골드만삭스 등 공격적 투자
중국에서 경기둔화로 새로운 부실채권이 한층 늘어가는 가운데 정부 주도의 처리가 한계에 도달했으며 해외자본은 이를 새로운 투자 기회로 보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풀이했다.
중국 은행보험감독위원회에 따르면 현지 상업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은 지난해 말 기준 2조 위안에 이른다. 최근 정부 지시 하에 은행들은 연간 1조 위안씩 부실채권을 처리하고 있지만 신규 발생 채권이 처리 속도를 웃돌고 있다. 이에 전체 부실채권 규모는 1년에 3000억 위안씩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채권 구분에서 부실채권의 직전 단계인 ‘요주의처’에 해당되는 채권 규모가 3조4000억 위안에 달한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부실채권으로 악화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에서 은행권이 보유한 부실채권 규모는 5조4000억 위안(약 913조 원)에 이른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중국 부실채권 시장은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1990년대 후반 국영 상업은행들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배드뱅크(Bad Bank)인 화샤기금(華夏基金·AMC)을 설립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추산에 따르면 AMC의 부실채권 보유분이 현재 4조3000억 위안에 달한다. PwC 중국법인의 궈팅팅 파트너는 “중국은 넓은 의미에서 처리가 필요한 부실채권 규모가 1조4000억 달러(약 1589조 원)에 달한다”며 “이는 세계 최대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거대한 중국 부실채권 시장을 놓고 서구권 펀드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오크트리캐피털의 제이 윈트로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4분기에 중국 부실채권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론스타펀드와 베인캐피털, 골드만삭스 등도 각각 부실채권을 여러 차례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자본의 중국 부실채권 대량 매입은 지난해 최소 10건 이상이라고 소식통들은 밝혔다.
부실채권을 중개하는 선전첸하이금융자산교역소는 중국 전역에서 지난해 해외자본의 부실채권 인수액은 장부가액 기준 220억 위안에 달한다며 이는 전년보다 두 배 증가한 것으로 올해도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자본은 2000년대 초반 골드만을 중심으로 중국 부실채권을 대량으로 인수한 전례가 있다. 이후 이런 구매 추세가 2016~2017년에는 주춤했다. AMC를 중심으로 중국 자본이 적극적으로 부실채권을 소화하면서 가격이 높게 형성된 영향이 크다.
그러나 부실채권 시장을 둘러싼 환경이 변하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6.6%로, 28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GDP 증가율이 6.2%로 더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경기둔화에 AMC의 처리능력도 저하됐다. AMC 중 하나인 중국화룽자산관리는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90% 급감했다.
표면적으로 중국 은행들의 재무상황은 건전하다. 대형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은 10%를 크게 웃돌고 있다. 그러나 지방은행에 해당하는 중소은행들은 부실채권 비율이 10~20%에 이른 곳도 있어 금융시스템에 구멍이 뚫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해외자본이 부실채권에 다시 활발하게 투자하는 그만큼 중국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