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인력 감축 바람이 거세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경제 주요지표가 경기 침체 가능성을 키우면서 글로벌 은행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최근 도입한 로봇 기반 업무 자동화 시스템이 수천 개의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이런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형 투자은행들이 연이어 감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독일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는 지난달 17일 통합을 위한 논의에 공식 착수했다. 독일 1, 2위 은행의 통합 논의는 지속된 경영난을 타계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2017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흑자로 전환했지만 경쟁 은행들에 비해 열등한 수익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가 최대 과제다. 코메르츠방크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받아들인 정부 출자가 남아 있어 경영 기반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거대 은행의 통합이 성사되면 인력 감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서비스 산업노조인 베르디(Verdi)는 “두 은행의 합병으로 최대 3만 명 알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JP모건체이스는 자산운용과 자산관리 부문에서 수백 명을 감원 중이고 일본 노무라홀딩스는 유럽과 미국의 트레이딩 및 투자은행 업무 전반에 걸쳐 수십 개의 일자리를 줄일 예정이다. 골드만삭스 역시 채권과 상품 트레이딩 부문에서 최소 수십 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랙록의 경우 2016년 이후 최대 인력 감축을 예고했다. 전 세계 직원 중 3%에 해당하는 5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에 불어 닥친 감원 바람은 작년 말 이후 시장에 나타난 변동성의 영향이 크다. 영국에 있는 투자은행들은 브렉시트를 앞두고 고용에 소극적이다. 경기 침체의 전조로 일컬어지는 미국 국채 금리의 수익률 곡선 역전현상이 발생하는 등 금융시장은 한치 앞을 알 수 없다는 분위기다. 스위스 최대은행 UBS의 세르지오 에르모티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금융시장 역사에서 최악의 1분기”라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의 성향 변화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적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저비용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름 아닌 투자은행들의 자동화 시스템 전환과 연관된다. JP모건은 인공지능(AI)을 도입해 고객들 응대에 나섰다. AI 기반 챗봇을 개발해 투자 방향과 성과에 대해 고객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USB도 AI 가상 비서 시스템을 도입해 미래를 예측해준다. 인력 없이도 고객을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영란은행(BOE)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 현재 금융권의 대규모 인원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