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사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핀테크 기업 레이니스트에 100억 원을 투자한다. 은행권의 보수적인 투자 관행을 비춰보면 보기 드문 대규모 벤처투자의 첫 사례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레이니스트에 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는 안건을 최종 조율중이다. 벤처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처럼 지분 매입 방식의 투자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소액 직접투자 방식으로 19개 스타트업 기업에 180억 원을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큰 규모의 벤처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은행권은 그동안 핀테크 업체에 대해 대출이나 펀드 조성과 같은 간접투자 방식으로 지원해왔다. 이런 관행을 깬 것은 ‘성장을 공유하면 우리에게도 이익이다’라는 손 회장의 철학이 녹아든 결과다. 손 회장은 3일 디노랩 개소식에서 “올해 핀테크 300억원, 스케일업 투자 1000억원 등 총 1300억원을 혁신기업에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레이니스트는 시리즈 C 투자를 유치중이다. 레이니스트 측은 "지분율 등 구체적인 사항은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은 시리즈 C 투자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스케일업을 가속화할 수 있다. 레이니스트는 지난해 시리즈 B 투자(140억 원), 2017년 시리즈 A 투자(30억 원) 등을 유치한 바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뱅크샐러드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마이데이터 사업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뱅크샐러드는 고객의 각종 금융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소개하는 플랫폼이다. 우리은행은 자산관리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와 뱅크샐러드의 데이터 분석 기술을 융합해 ‘차세대 종합 자산관리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과감한 투자로 디지털 자산관리 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하겠다”며 “우리은행 영업점에서 뱅크샐러드의 자산관리 고객 데이터가 연동되기 때문에 지점이 없는 한계를 깨고 대면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