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1패 성적표 받아든 정치권…강경 대치 국면 장기화될 듯
이번 선거는 결과만 봤을때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1대 1 무승부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연합했던 진보진영은 고(故) 노회찬 의원의 지역구인 창원성산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통영·고성에서도 한국당의 승리가 예상되긴 했지만 두 배 가량 차이가 날 것이라는 관측은 많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여당의 패배’나 다름 없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보궐선거에서 한 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은 ‘득표율 면에서 선전했다’며 자평했다. 하지만 동시에 PK(부산·경남) 지역의 등 돌린 민심을 확인한 만큼 곤혹스러운 표정도 감추지 못했다. 내년 총선 전략 수립에도 난제가 주어진 상황이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통영·고성에서는 비록 이기지 못했지만 19대 총선의 2배 가까운 지지를 얻은 것이 성과로 판단된다”며 “우리 당은 이번 선거에서 나온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비교적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자유한국당은 한껏 고무된 기색이 역력했다. 비롯 2곳 모두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1승1패’의 성적도 나쁘지는 않다는 반응이다. 우선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이 지역에서 광역·기초단체장을 모두 내줬던 ‘트라우마’도 완전히 털어낸 모습이다. ‘보수의 험지’로 불리던 창원성산에서도 높은 득표율을 기록, 내년 총선의 기대감을 키울수 있게 됐다는 점도 커다란 수확이다.
자신감을 얻은 한국당은 곧바로 대여 공세에 나섰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5곳에서 벌어진 이번 선거에서 집권여당이 단 한사람의 당선자도 내지 못한 것은 이 정권의 현주소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내년 총선 결과는 (앞선 선거와) 분명 다를 것으로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참담한 성적을 받아든 바른미래당에은 후폭풍에 휩싸였다. 바른미래당은 창원성산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득표율을 노렸지만, 민중당(3.79%)에도 밀린 3.57%로 4위에 그쳤다. 이에 선거를 총지휘한 손학규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원내정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제3정당이 운신하기가 어려워졌고, 앞으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선거가 어느 한 쪽의 일방적 승리가 아닌 ‘1승1패’의 결과를 낸 탓에 정치권의 팽팽한 교착상태 역시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 2기 내각 후보자들의 인사 문제 등 팽팽한 대치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권심판론’을 이번 선거 구호로 내세웠던 한국당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