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약·신소재 발견 등 혁신 창출…보험·학습 등 게임화를 통한 응용범위도 넓어
미국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이 풍부한 컴퓨터 자원을 활용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게임이다. 최근 3주 사이에 구글과 애플이 잇따라 새로운 게임 서비스를 발표했다.
그만큼 게임산업은 풍부한 수익 창출원이다. 리서치 업체 뉴주(New Zoo)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게임시장 규모는 총 1340억 달러(약 152조2374억 원)에 달했다.
게임은 더 나아가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과 그 종사자들에게 혁신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해주면서 사회 변혁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분석했다.
우선 세계적 IT 기업가들을 살펴보면 게임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사람이 많다. 게임에서 나타난 전례 없는 표현이나 높은 컴퓨터 성능을 추구하는 자세가 기술을 진화시키는 힘이 되고 있다.
프로 바둑기사들과의 승부에서 전승을 거두면서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했음을 세간에 알린 알파고. 이 알파고를 개발한 영국 AI 업체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는 원래 열렬한 게임광이자 개발자였다. 딥마인드는 수천 년 역사를 자랑하는 바둑 등의 게임을 무대로 AI 기술을 갈고 닦았다. 딥마인드 측은 게임이 에너지 절약이나 신소재 발견 등 혁신 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나이언틱의 존 행크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게임은 새로운 기술을 시도하기 좋은 분야”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나이언틱이 개발한 포켓몬고는 증강현실(AR)을 사람들의 뇌리 속에 깊게 각인시켰다.
딥마인드, 나이언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구글 성장에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도 게임이라고 신문은 평가했다. 혁신의 선도자 역할을 계속하려면 야심찬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구심력이 필수적이다. 도전정신을 가진 게임 개발자들과의 접촉은 구글에 좋은 자극이 되고 있다.
닛케이는 소니가 2003년 세계 최초로 게임을 중심으로 한 거대 IT 플랫폼을 구성할 기회가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소니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에 들어가는 반도체나 기본 소프트웨어를 TV 등 가전에도 탑재해 네트워크화하면서 콘텐츠 전송 표준을 장악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소니 내부에서 비교적 신규 사업에 속하는 게임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 게임을 단지 놀이라고 경시한 것도 전략을 좌절시켰다. 그 결과 혁신의 주도권은 실리콘밸리에 넘어갔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게임의 수법이나 발상을 응용할 수 있는 범위는 매우 넓다며 게임을 무시하면 국가경쟁력마저 약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에 몰두하거나 성공에 대한 다른 사람의 반응은 사람의 행복감을 높인다. 노력하면 손에 넣을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거나 달성도를 가시화하는 것, 다른 사람과의 교류 등 게임에서 당연하게 여겨지는 요소들을 현실사회에 잘 접목하면 사람들의 적극성을 더욱 끌어올려 행동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이렇게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요소를 다른 분야에 접목하는 것이 바로 ‘게임화(Gamification)’다. 보험업체들이 가입자의 건강을 증진시키거나 학교에서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이런 게임화가 적용된다.
또 업종에 상관없이 경영에도 게임화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정액제가 기업의 안정적 수익모델로 주목받고 있는데 구독자를 더 많이 끌어들이려면 편안한 사용자 경험이 필수적이다. 이는 게임업체가 일상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요소다. 일상 업무에도 게임의 요소를 적용하면 직원들이 일하는 기쁨을 느끼고 팀플레이의 중요성도 인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