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고 싶었다.”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분)은 부자가 되는 게 소원이다. 소원을 이루기 위해 여의도 증권가에 입성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농사를 짓는 부모님에 학자금 대출까지 있지만, 일현은 한 건의 주식 거래도 성사시키지 못해 해고 직전까지 몰린다. 매일 퇴근 전, 그에게 주어지는 성적표는 처참하다. ‘거래 0건, 수수료 0원.'
이런 그에게 기회가 생긴다. 베일에 싸인 작전 설계자 번호표(유지태 분)가 큰돈을 벌게 해준다며 손을 내밀고, 일현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번호표는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는 특정 회사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공장에 불을 지르고, 대표이사의 신변을 위협한다. 이후 주가가 내려가면, 헐값에 주식을 몽땅 사들인 뒤 비싸게 되판다. 모두 ‘공매도’를 위한 작전이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전략이다.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해당 주식을 싼값에 사들인 뒤, 결제일 안에 매입자에게 돌려주는 방법으로 시세차익을 챙긴다. 주로 초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데 사용되는 방법이다.
주식 공매도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특정 주식의 가격이 단기적으로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매도 주문을 증가시켜 주가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또한 증권시장의 유동성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반면, 영화 속 번호표가 하듯 주가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 투자자들은 특정 기업에 관한 부정적 소문을 유포하거나, 거짓으로 기업보고서를 작성하는 등의 악용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또한, 투자자의 예상과 달리 공매도 후에 주가가 급등할 경우, 빌린 주식을 제때 갚지 못하는 결제 불이행이 발생하기도 한다.
번호표는 큰 작전을 수행할 때, 특정 날짜를 노린다. 바로 '트리플 위칭데이'다. 트리플 위칭데이는 주가지수선물, 주가지수옵션, 개별주식옵션의 만기가 동시에 겹치는 날이다. 미국 트레이더들은 파생상품들의 만기가 겹치는 날에는 특히 주식시장의 변동 폭이 넓어지고 예측도 힘들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예측할 수 없다는 뜻으로 ‘세 마녀의 날’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위칭데이가 되면 파생금융상품과 연계해 사놓은 주식을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 매물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이를 저점 매수의 기회로 삼거나, 등락이 적은 중·소형주에 투자해 손실을 줄이는 등의 투자 전략을 마련한다.
우리나라는 3, 6, 9, 12월의 두 번째 목요일이 '트리플 위칭데이'다. 2008년 5월에는 개별주식선물 제도를 도입하면서 파생상품 만기가 4개가 됐다. 이때부터는 트리플위칭데이에서 쿼드러플로 바뀌었다. 미국시장은 세 번째 금요일이 옵션 만기일이 때문에 매 분기 3, 6, 9, 12월 셋째 주 금요일이 '쿼드러플 위칭데이'다.
“평생 쓰고 남을 돈이 있는데 왜 이런 짓을 해요?”
“재밌으니까.”
일현의 질문에 번호표가 대답한다. 영화는 ‘재미’를 위해 공장을 불태우고, 사람들을 죽이는 그를 통해 단순히 부자가 되고 싶다는 일현의 목표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우회적으로 경고한다. 그럼에도 감독은 일현이 보여주는 동료에 대한 ‘신의’를 놓치지 않는다.
“나 믿지?”
영화 말미 돈에 눈이 멀었던 일현은 동료 전우성(김재영 분)을 돕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거대한 계획을 세운다. 돈이 지배하는 사회의 유일한 희망은 돈이 아닌 사람인 것이다. 부자가 되고 싶은가? 돈도 벌고 의리도 지킨 일현의 작전이 궁금한 당신에게 이번 주말에 영화 ‘돈’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