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말로 현혹시켜서 임대사업자 등록하게끔 유도해놓고, 조건을 불리하게 바꿔 소급적용이라니…이게 사기지 뭐가 사기겠어요.”
주택임대사업자 1000여 명이 모여있는 오픈메신저방에는 지난 5일 본회의를 통과한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을 두고 이 같은 탄식이 이어졌다. 정부가 제시했던 조건을 믿고 임대사업 등록을 결정했는데, 기존에 없던 의무를 만들어 ‘뒤통수’를 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10월부터 시행되는 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은 세입자가 있는 상태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경우 해당 세입자도 최초 계약 갱신 시 5% 임대료 증액 상한을 적용받게 했다. 기존에는 임대사업 등록 후 처음 계약을 맺을 경우에 대해선 이전 임대료 대비 인상률 제한이 없었다. 때문에 임대사업자는 나중에 임대료 인상 제한에 묶이는 것을 감안해 첫 계약 임대료를 결정해야 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이 같은 셈법이 무산된 셈이다.
특히 전세가격이 급격히 내려갔던 시기에 임대주택 등록에 나섰던 사업자들은 ‘골머리’를 앓게 생겼다.
법무법인 열린의 정충진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최근 헬리오시티 공급으로 전세가격이 크게 내렸던 시기 송파에서 임대주택을 등록한 사람을 떠올려보자”며 “공급물량이 해소되면서 급하게 내렸던 전세가격이 회복되는 흐름으로 갈 텐데 임대료 인상 제한에 걸리면서 이를 뒤쫓지도 못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2017년 하반기부터 지난해까지 정부의 적극 홍보로 임대사업자가 크게 늘었는데, 전월세 계약을 통상 2년 단위로 함에 따라 이들 대부분이 개정안의 적용 대상이 된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임대등록활성화방안을 발표한 2017년 12월의 임대등록 주택 수는 98만 채였다. 이후 정부가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며 임대등록 주택 수는 올해 2월 말 기준 138만6000채에 이르게 됐다. 임대등록 활성화 이후 38만6000채가 신규 등록된 것으로 이들이 이번 개정안의 대상이 된다. 전체의 약 30% 규모다.
또한 개정안은 임대사업 의무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세제 혜택을 받는 동안 임대료 증액 제한을 지키게 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 내용도 기존에 없던 불리한 의무라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심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임대사업자가 임대 의무기간 내에 임의로 양도하는 경우나 임대료 증액 기준을 위반하는 경우 부과하는 과태료를 기존 1000만 원 상한에서 3000만 원 상한으로 늘리도록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임대사업자가 임대 등록을 결정한 것은 국가와 계약 맺는 것과 다를 바 없는데 계약 조건이 갑자기 바뀌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했다”며 “이에 불만을 품고 임대주택을 처분하려 해도 과태료가 3000만 원 한도로 늘어났기 때문에 마땅한 퇴로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