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국민 눈높이 맞지 않아”… 이 후보자 "송구스럽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과다 주식투자 논란에 대한 지적에 대해 "송구스럽다"면서도 "재산 문제를 전적으로 배우자에게 맡겼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1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주식거래에 불법적인 내용은 없어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자 부부는 전체 재산 42억6000여만 원 가운데 83%인 35억4887만 원 상당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 본인 명의로는 이테크건설 2040주(1억8706만 원), 삼진제약 2501주(1억304만 원), 신영증권 1200주(7224만 원), 삼광글라스 907주(3696만 원) 등 6억6589만 원 상당의 주식을 갖고 있다.
이 후보자의 남편인 오모 변호사도 이테크건설 1만7000주(15억5890만 원), 삼광글라스 1만5274주(6억2241만 원), 아모레 1670주(5202만 원) 등 28억8297만 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배우자가 (주식의) 종목 및 수량을 정해서 제 명의로 거래했다"며 "(주식거래에)포괄적으로는 동의했지만 (직접적으로) 관여를 안 했다"고 거듭 관련설을 부인했다.
이어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이런 주식거래가 일부 오해를 살 수도 있고 국민들의 우려를 받을 수 있는 점을 알게 됐다"며 자신은 재판 업무에 매진해왔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또 부부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이테크건설 관련 재판을 부적절하게 맡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전면 부인했다.
해당 재판은 이테크건설 하도급 업체의 건설 현장 설비 피해 사고와 관련해 보험회사가 제기한 민사 소송이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자 측이 판결 이후 주식을 추가 매입했다는 의혹 역시 제기됐다.
이에 그는 "소송 당사자는 이테크건설이 피보험자로 된 보험계약상 보험회사로, 이 보험회사가 다른 보험자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소송"이라며 "그 (보험)회사가 재판에서 패소를 했다"며 이테크건설과 무관한 소송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테크건설은 피보험자에 불과해 소송 당사자가 아니며 재판결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직위에 있는 자가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소송 과정에서 회사 내부정보를 알 수 있는 내용이 있었는지"에 대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그는 "그런건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남편이 지난해 2월 OCI그룹 계열사인 이테크건설이 대규모 계약 체결을 알리는 공시를 하기 직전에 6억 원 상당의 주식을 매수했다는 의혹도 해명했다.
그는 "남편에게 확인한 바로는 지배주주가 친족관계로 법률상 계열사이며 지분관계가 있는 회사는 아니라고 한다"며 "남편에게 확인했는데 공시사실을 사전에 알고 거래했거나 위법적인 요소가 전혀 없다고 얘기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한 여야간 질타는 따로 없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후보자는 2013∼2018년 법관으로 재직하며 376회에 걸쳐 67개 종목 주식거래를 했다”며 “현직 법관이 근무시간에 이렇게 많은 거래를 한 걸 보면 판사는 부업이고 재판은 뒷전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같은당 장제원 의원이 사퇴할 용의가 있는지 묻자 이 후보자는 "국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말은 공감한다. 다만 주식거래는 배우자가 일임해서 했다"고 재차 답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관련 자료를 보면 후보자 명의로 1300회, 배우자 명의로 4100회 주식거래를 해 총 5000회 이상 주식거래를 했다”며 “워렌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처럼 남편과 주식 투자를 하지 왜 헌법재판관이 되려고 하나”라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점이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 금태섭 의원은 “판·검사는 국민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주식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배웠다”고 비판했다.
표창원 의원은 “헌법재판관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수준이 굉장히 높다”고 했고, 조응천 의원은 “아니, 왜 이렇게 주식이 많으냐”며 탄식했다.
이 후보자는 “국민 생각에 충분히 공감한다”며 “그간 공직자로서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려고 노력했는데 이번 기회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많이 반성했다”고 사과했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법원 학술단체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 관련 질문에는 "성향이 보수인지 진보인지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인권법연구회 창립 때 발기인으로 참여했는데 활동은 전혀 못했다"고 답했다.
자녀들에게 3700만원 상당 펀드를 들어주며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적법한 방법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앞서 김도읍 한국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2013년 당시 각 13세와 8세 자녀 명의 펀드에 가입해 지난해까지 3700만 원씩 납입해주며 수백만원 상당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에 헌재 파견 판사가 법원행정처에 기밀을 유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파견제도는 그래도 유지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같은 법관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다만 (비밀유출) 우려가 있다고 해서 파견제도 자체가 좋지 않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에서 헌재에 법관을 파견하는 나름의 필요와 목적이 있기 때문에 파견제도는 계속 유지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