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브랜드매니저 "기업들, 젊은층 가치관 잘 몰라"
지난해 11월 ‘90년생이 온다’는 책을 출간해 세간의 화제를 모은 임홍택(36·사진) CJ제일제당 브랜드매니저는 12일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기자와 만나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친환경을 우선시했는지 되물었다.
지난해 유통가를 휩쓴 단어 중 하나는 ‘친환경’이었다. 일회용 컵, 플라스틱 빨대, 과대 포장, 비닐 봉지 등 환경을 해치는 모든 습관에 일종의 ‘금지령’이 내려졌다. 이후 기업들 사이에서 친환경을 앞세운 마케팅, 제품 출시가 삽시간에 퍼졌다. 이런 현상은, 환경을 우선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며 나타난 결과일까, 그렇게 믿었던 사회와 기업이 만들어낸 결과일까.
임 매니저는 신선식품 배송업체 ‘마켓컬리’의 과대 포장에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이유에 대해 친환경에 역행해서가 아니라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마켓컬리를 이용하는 사람들 사이에 과대 포장에 대한 지적이 일었다. 작은 양의 물품에도 뽁뽁이로 불리는 완충재를 사용하고, 대형 상자에 담아 배달하는 바람에 불필요한 쓰레기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 소비자는 환경을 걱정해서 화난다기보다 쓰레기 버릴 생각에 화나는 거죠. 환경을 해치는 것도 싫지만, 귀찮은 게 더 싫거든요”라고 짚었다.
임 씨는 2012년 CJ인재원에서 90년대생 신입사원 교육을 맡다가 이전 세대와 확연히 다른 이들의 언어, 가치관, 소비성향에 관심을 갖게 돼 이들을 파헤치며 90년대생 이해 참고서를 쓰게 됐다.
그가 말하는 90년대생 소비자의 특성은 ‘간단’, ‘재미’, ‘정직’이다. 조그만 물건 하나에 많은 양의 쓰레기가 달려올 때 그걸 버려야 하는 번거로움을 싫어하고, 친환경이란 이름을 빌려 물건 값을 비싸게 받으면 그런 꼼수를 쓰는 기업에 화를 낸다. 호갱 취급당하길 거부하는 90년대생 소비자의 특성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대를 막론한다. 편리하고 재밌는 데다 상품과 서비스의 질까지 뛰어나다면 그걸 바라지 않을 소비자는 없다. 임 씨는 “90년대생 특성이라고 써놓은 모든 것이 사실 우리 모두의 특성”이라며 “90년대생은 변화한 사회의 트렌드, 소비자의 특성을 대변하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90년대생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기업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소비자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가만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 임 씨의 생각이다. 그는 “맥도날드 성장이 주춤한 이유는 햄버거병, 값싼 빵 사용 이런 문제도 있지만, 여전히 10년 전부터 해온 '주방공개데이' 같은 ‘보여주기식 마케팅’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당시에 반짝 효과가 있을 순 있어도 그런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이제 소비자를 끌어들일 순 없다”고 말했다. “사랑의 열매에 기부하는 열기가 식은 것도 사람들이 이기적이고 어쩌고의 문제가 아니라 믿지 못하기 때문이죠. 내가 기부한 돈이 투명하게 필요한 곳에 쓰일까 이런 의심이 해소되지 않으면 기부하기 어렵습니다.”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 어려운 이야기도 아닌데 실천하는 기업이 어째서 드문 것인지 묻자 그는 “기존에 해오던 게 편하니까”라고 답했다.
임 씨는 “기업이 보고싶은 대로 보고, 하고싶은 대로 편하게 해선 안 된다. 우리 사회 소비자를 대변하는 90년대생이 진짜 뭘 원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반문했다.
“젊은층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지 않는 이유를 아시나요? 휴대전화를 쓸수 없어 불편하기 때문이죠. 소비자가 진짜 원하는 걸 제대로 알고 있다면 ‘비행기 모드’처럼 ‘영화관 휴대전화 모드’를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