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 등 콘텐츠 사용료 인상… 미디어 업체들 넷플릭스 견제 나서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 정글에서 왕좌를 지킬 수 있을까.
현재 넷플릭스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무적에 가까운 존재다. 방대한 가입자 수와 엄청난 자금력에 힘입어 주가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할리우드 라이벌들의 위협이 거세지면서 시청률이 높은 동영상 스트리밍 콘텐츠 일부를 잃거나 혹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 거액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새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는 NBC유니버설과 워너미디어, 월트디즈니 3사는 넷플릭스의 시청 시간 전체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기묘한 이야기’ ‘더 크라운’ 등 오리지널 작품을 잇따라 투입해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켜왔다. 또 이번 분기 실적 발표회에서는 그와 관련된 설명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닐슨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넷플릭스 시청에 소요된 시간 중 72%를 오리지널 작품이 아닌 ‘라이브러리 작품’이 차지했다. 다시 말하면 재방송과 재방영된 이전 작품 시청률이 높았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미국에서 넷플릭스 시청 시간 상위 10개 작품 중 이전 작품이 8개를 차지했다. 그중에는 NBC유니버설의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 워너미디어의 ‘프렌즈’, 디즈니의 ‘그레이 아나토미’ 등 인기 프로그램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넷플릭스는 라이브러리 작품 일부를 잃는 것을 예상하고 그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의 오리지널 작품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타사 콘텐츠를 라이브러리에서 제거하거나 대가를 치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넷플릭스의 다음 도약에 장애물이 만만치 않음을 의미한다. 그만큼 자기 부담으로 히트작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기 프로그램의 독점 납품 계약이라는 넷플릭스의 방침을 굽히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올해도 ‘프렌즈’ 스트리밍 서비스를 계속하기 위해 워너미디어에 1억 달러를 지불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것은 기존의 3배에 이르는 액수다. 여기다 워너미디어가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시하면 이 작품을 단독으로 스트리밍하거나 넷플릭스와 공유하도록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작품이 이용자 유인이 되고 있다고 보지만 시청 시간을 늘리는 것으로는 연결되지 않는다. 닐슨에 따르면 오리지널의 인기 작품은 새로운 편을 제공하면 시청 시간이 일시적으로 급증하지만, 명작 드라마 쪽이 더 오래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기묘한 이야기’ 시즌 2가 시작된 2017년 가을에는 시청 시간이 급성장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2018년 7월까지 1년간 시청 시간은 276억 분인 데 비해 ‘오피스’ 시청 시간은 458억 분에 달했다.
결국, 미디어 업체들이 넷플릭스 쪽에 작품 제공을 중단하면 넷플릭스가 입을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디어 쪽도 작품 제공 중단에 따른 손해는 감수해야 한다. 디즈니의 경우, 넷플릭스에 제공하는 콘텐츠를 점차 줄이면서 연간 1억5000만 달러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디즈니는 11월부터 새로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를 개시한다. 이용료는 월 6.99달러로 넷플릭스의 절반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