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인보사 사태, ‘K바이오’에 독 아닌 약 되려면

입력 2019-04-28 17:56수정 2019-04-2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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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영 부국장 겸 유통바이오부장

“일반적인 상품은 문제가 생기면 애프터서비스를 받으면 된다. 더 문제가 커지면 리콜 서비스도 있다. 그런데 생명과 직결된 제품인 의약품은 애프터서비스나 리콜이 있을 수 없다. 의약품은 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될 수 있다. 이번 인보사 사태도 코오롱의 잘못을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그동안 무릎 관절에 약이 없었던 환자들이 인보사 주사를 맞고 조금이나마 통증 완화 효과를 봤을 텐데 이제 와서 독을 준 것이냐며 몰아붙이니 신약 개발의 길은 정말 멀고도 험난하다는 걸 뼈아프게 느낀다.”(국내 제약사 한 임원)

그의 말처럼 제약 산업은 자동차 등과 같은 일반 제조업과는 기업이 갖고 있는 사명감도,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도 확연히 다르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사태’가 세포 성분을 잘못 알았을 뿐이라는 코오롱 측의 해명에도 불구 한 달여가 지나면서 ‘인보사 게이트’로 퍼지는 분위기다. 지난주 ‘인보사 사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 의료계, 시민단체들은 “코오롱생명과학은 사기 기업”, “정부와 기업의 유착이 빚어낸 ‘게이트’”, “제2의 황우석 사태”라는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코오롱생명과학은 물론 식품의약품안전처까지 강도 높게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인보사 시판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허가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는데도 류영진 전 식약처장이 취임한 후 2017년 허가 결정이 난 것은 현 정권이 제약바이오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무리하게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한 결과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인보사 논란은 제약바이오 업계의 우려대로 규제 완화 쪽으로 방향을 잡던 정부 정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악재로 닥쳤다. 과거 ‘황우석 사태’로 국내 줄기세포 산업 규제가 늘고 해외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냉대받았던 경험이 있는 업계로서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조차 기자회견에서 “가장 가슴 아프고 두려운 점은 저희의 실수 하나가 이제 막 꽃을 피우려는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라고 사과했을 정도다.

하지만 십수 년 전 황우석 사태가 발생했을 때와 지금은 국내 제약 바이오 산업의 위상이나 글로벌 경쟁력이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국내 제약 산업은 오랜 세월 동안 다국적업체가 선점해온 화학의약품 시장에서 제네릭(합성의약품)에 주력했지만, 이제는 다국적기업들과 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는 바이오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바이오시밀러 기술력으로 다국적 기업들과 어깨를 견주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가 개발 중이거나 개발 예정인 신약은 1000개에 육박한다. 국내 의약품수출액은 2008년 1조2666억 원에서 2017년 4조6025억 원으로 3.5배가량 늘었으며, 기술 수출은 2017년 1조4000억 원 규모에서 지난해 5조3706억 원 규모로 3.8배 늘었다.

정부도 인보사 논란 속에서 지난주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제약 바이오 산업을 3대 중점육성 분야로 지목하고 올해 바이오 연구개발(R&D) 및 사업화에 3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물론 이번 사태와 관련해 코오롱생명과학은 모든 과정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법적 책임 등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10년이 넘도록 세포명을 잘못 알았다는 코오롱도 문제이지만,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2017년에 시판 허가를 내준 식약처는 더 큰 책임이 있다. 일부 여론에서 정부 실력이 모자라서 바이오 산업을 키울 수 없게 되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가장 손쉬운 방법인 무조건적인 규제 강화책을 꺼내들어선 안 될 일이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정밀한 조사, 투명한 정보 공개 등을 통해 검증은 강화하되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는 규제 완화를 중심으로 한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어렵다고 외면한다면 반도체, 자동차를 잇는 우리 미래 먹거리를 포기하는 일이 된다. 정부와 업계는 보다 사명감을 갖고 K바이오 산업을 키우기 위해 실력과 신뢰를 갖추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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