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키운다...1000억 규모 팹리스 전용 펀드 조성

입력 2019-04-30 15:30수정 2019-04-3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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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세계 1위ㆍ팹리스 점유율 10% 목표…반도체 융합 인력 2030년까지 1.7만 명 양성

▲반도체 공장 클린룸 모습.(사진제공=삼성전자)
정부가 신산업 수요 발굴, 인력 양성 등 생태계 조성을 통해 시스템반도체(연산·제어 등 데이터 처리를 맡는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선다. 특히 팹리스(제조 설비 없이 반도체 설계·개발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 ) 육성을 위해 1000억 원 규모의 전용 펀드를 조성하는 등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정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의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한국의 주력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가 가격 하락 등으로 주춤하는 상황에서 산업 저변을 넓혀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는 2289억3400만 달러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1334억5300만 달러)보다 1.8배가량 크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수요처가 생기면서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지속해서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파운드리(외부 업체가 설계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기업) 시장 세계 1위, 팹리스 시장 점유율 10%를 목표로 내걸었다. 설계 기업(팹리스)과 생산 기업(파운드리), 수요 기업을 잇는 유기적인 성장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그간 시스템 반도체 육성 대책이 개별 기업 지원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수요 창출이나 투자 유치, 인력 양성 등에서 한계를 보였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지난해 한국 기업의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3.1%에 불과했다.

정부는 대규모 시스템 반도체 시장 확보를 위해 수요가 많은 자동차, 바이오ㆍ헬스, 사물인터넷(IoT) 가전, 에너지, 첨단기계ㆍ로봇 등 5대 분야를 정해 육성키로 했다. 이를 위해 30일 이들 분야 수요 기업과 시스템반도체 기업, 연구기관이 함께 하는 '얼라이언스 2.0'이 구성됐다. '얼라이언스 2.0'은 수요 발굴부터 기술 기획, 연구ㆍ개발(R&D)까지 공동 추진하는 협력 플랫폼이다. 정부는 국방, 교통 인프라, 안전 등 공공 분야에서도 공공기관-팹리스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정부는 팹리스 육성을 위해 1000억 규모의 전용 펀드도 조성키로 했다. 이미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2000억 원 규모의 펀드가 있지만 리스크가 큰 팹리스 대신 수익성이 검증된 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팹리스 전용 펀드를 R&D, 해외 진출 등 도전적, 장기적 분야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 이와 함께 스케일업 펀드, 4차 산업혁명 펀드 등도 활용해 유망 팹리스의 성장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파운드리 육성은 '투 트랙(two track)'으로 진행된다. 중견기업은 전력 반도체, 아날로그 반도체 등 틈새시장에 특화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산업은행의 사업구조 고도화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시설투자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삼성전자 등 대표기업은 5G, AI 등 첨단 분야에 투자를 늘린다. 정부도 이들 기술을 '신성장동력·원천기술'로 지정해, 투자와 신기술 개발에 대해 세액 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정확한 세제 혜택 규모는 앞으로 세제 정비 과정에서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번 대책에는 시스템 반도체 산업 성장을 측면 지원하는 방안도 들어갔다. 특히 인공지능용 반도체, 초소형 장치용 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해 10년간 1조 원을 투자키로 했다. 최근 5년간 R&D 예비타당성 사업 중 최대 규모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 등 현장 수요를 반영해 지원 규모를 늘려나간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2030년까지 반도체 전문 융합 인력 1만7000명을 양성키로 했다. 특히 연세대와 고려대에는 반도체 계약학과가 신설된다. 또 반도체 등 국가핵심기술은 비공개 원칙을 법제화해 기술 보호를 강화한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종합적 생태계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고 민간 쪽에서도 시스템 반도체에 적극적인 투자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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