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공택지 입찰 규제 풀었더니...또 고개 드는 ‘유령 건설사’

입력 2019-05-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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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LH가 2019년 공동주택용지 공급계획 설명회를 개최했다(사진=LH)
공공택지 공급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이를 공급하는 LH가 그 동안 유지하던 규정을 완화하자 잠잠하던 페이퍼컴퍼니(서류상의 회사)가 다시 난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택을 지을 땅(토지)이 부족해지면서 이를 확보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일 부동산업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그 동안 공공택지 입찰 과열을 막기 위해 LH가 적용하던 실적 기준이 느슨해 지면서 페이퍼 컴퍼니가 다시 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공공택지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토지매입부터 보상, 부지 조성, 기반시설까지 모두 끝낸 뒤 곧바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완성품의 형태로 공급하기 때문에 건설사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때문에 그 동안 중소형 건설사들은 수십개의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실제로는 1개의 건설사지만 서류상으로는 수십개의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해 공공택지를 독점해 왔다. 대형건설사들의 경우 여러 단계의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이같은 방법을 사용하기 힘들어 공공택지는 사실상 중소형 건설사들의 독무대나 마찬가지였다. 일부 인기 공공택지의 경우 9000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비정상적인 과열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급성장 한 중견건설사들의 경우 이같은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공공택지를 확보한 뒤 분양 시장에 대거 공급하면서 성장해 왔다는 점은 건설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지난 정부부터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촉진지구를 제외한 대규모 신도시와 공공택지지구 신규 지정을 사실상 중단한 반면 택지 수요는 더 늘면서 건설사의 '원재료(토지)' 조달이 어려워졌다.

LH는 이같은 입찰 제도의 부작용이 속출하자 2017년부터 공동주택용지를 분양받을 수 있는 회사의 1순위 자격 요건을 최근 3년간 주택건설 실적이 300가구 이상인 곳으로 제한했다. 공동주택용지의 당첨확률을 높이려고 실체도 없는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용지를 분양받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때문에 최근 공공택지 입찰에서 과열 양상이 사라지는 듯 했다.

하지만 올들어 LH가 시장 상황이 어렵다는 이유로 일부 지역에서 이같은 실적 제한을 슬그머니 거둬들이면서 다시 페이퍼컴퍼니가 동원되는 등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

LH가 지난달 4일 입찰에 들어간 경기 양주시 ‘양주신도시 공동주택용지 A17-1블록, A10-2블록, A10-1블록' 입찰에는 블록별로 600개 내외의 건설 관련 회사가 몰렸다. 특히 A17-1블록의 경우 총 611개 업체가 참여했다. 앞서 지난 달 2일 A17-2블록 입찰에도 550개 업체가 참여하는 등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지방 소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다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입찰에 나서면서 공공택지 입찰이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고 일부에서는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한 후 프리미엄을 붙여 다른 건설사에 파는 경우도 있다”면서 “굳이 자리잡아 가던 규정을 왜 슬그머니 풀어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LH는 최근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상황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2017년과 2018년에 300가구 이상 분양 실적을 가진 건설사들만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하도록 해왔다”면서 “하지만 올해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입지별, 건설사별 차이가 커지면서 원칙적으로 규정을 적용하되 지역본부에서 현장 여건을 감안해서 운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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