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미중 무역갈등 격화로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G2간 갈등이 극에 치닫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던 '검은 10월'과 같은 급락장이 또 다시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작년과 상황이 다르다고 진단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과 경기 둔화를 막아야 하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했을 때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9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6.00포인트(3.04%) 내린 2102.01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 15일(종가 기준 2097.1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이날 하루 낙폭과 하락률은 지난해 10월 11일(98.94포인트·4.44%) 이후 약 7개월 만의 최대를 기록했다.
코스닥도 21.15포인트(2.84%) 내린 724.22로 마감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G2 갈등이 예상과 다르게 진행되면서 불안 심리가 커지며 증시가 급락했다"며 "여기에 옵션만기일을 맞아 그간 증시를 떠받치던 외국인들이 포지션 정리에 나선 것도 변동성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무난히 성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언급할 때에도 '협상용 카드'라는 추측을 내놓으며 크게 반응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이달 10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적용하는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밝힌데 이어 8일 플로리다주 패너마시티비치에서 열린 대선 유세에서는 "중국이 합의를 깨뜨렸다(broke the deal)"며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하자 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초 이후 90일간 진행됐던 미중 무역협상이 잘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결렬될 것이라는 공포감으로 바뀌자 증시가 급락했다"며 "미국과 중국이 G2이기 때문에 이들이 관세로 맞서게 된다면 세계 경기는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증시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양 센터장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과 경기 연착륙이 필요한 중국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더 이상의 힘겨루기는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최악의 상황에 베팅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무역협상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신중한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최석원 SK증권 센터장은 "9~10일(현지시간) 무역협상이 진행되면서 나오는 뉴스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일단 결과를 보고 대응 수순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도 "무역분쟁 흐름에 따라 외국인의 매매 동향이 달라지는데 내일 어떤 협상 결과를 내놓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경우 안전자산으로 완전히 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