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의 추가 관세 인상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에 관심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면 중국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관세 대 관세=일단, 중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에 맞불 관세로 대응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6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정권이 지난해 2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10~25%의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을 때 중국은 6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제품 목록을 발표하고, 여기에 5~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난해 9월 10%의 관세를 발동한 후 추가 인상을 보류하자 중국도 관세를 5~10%로 동결했다. 하지만 미국이 10일 0시 1분을 기해 20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하면서 중국도 똑같은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애널리스트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단, 미국의 중국산 수입 규모와 비교하면 중국의 미국산 수입액이 훨씬 작아 관세 조치를 통한 조치는 제한적이다.
◇관세 대 금융=그러나 관세에 대해 관세로 대항하는 것이 반드시 중국이 선호하는 전략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 외교관계협의회(CFR)의 브래드 셋서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관세에 대해 중국이 그에 상응하는 비율로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그 중에는 중국 수출품 일부도 섞일 것”이라며 “관세에 의한 보복은 대부분의 경우, 중국을 직접 상처입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셋서 연구원은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려하는 금융시장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며 그 첫 번째로 위안화 절하를 들었다. 중국이 자국 경제에 대한 미국 관세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위안화를 평가 절하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8년 역외시장에서 위안화는 달러에 대해 5.5% 하락해 트럼프를 초조하게 만드는 한편, 중국이 의도적으로 통화를 절하시켰다는 관측도 만들어냈다.
두 번째 무기는 미 국채 매도다. 중국은 1조1000억 달러어치의 미 국채를 보유한 세계 최대의 미 채권국이다. 이 보유고를 줄이는 것 자체가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셋서 연구원은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 당국이 미 국채 매입 속도를 줄이거나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는 보도에 채권 시장이 요동치기도 했다.
다만 이에 대해서도 이견은 있다. 콜롬비아 스레드 니들 인베스트먼트의 에드 알-핫사이니 투자 전략가는 “중국이 미 국채를 팔아 미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 보유하고 있는 나머지 미 국채의 가치가 떨어질뿐만 아니라 달러 급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재정과 통화 안정성에 대한 리스크는 이 전략의 혜택을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태클=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중에는 미국 기업들의 사업을 방해하는 것도 있다. 지난해 중국 반독점 당국은 미국 반도체업체 퀄컴의 네덜란드 NXP 인수 승인을 지연, 결국 퀄컴이 인수를 없었던 일로 했다. 또 중국은 포드자동차와 캘리포니아산 과일 등 미국산 제품 일부에 대한 항만 시설의 검사 빈도를 늘리기도 했다. 더 나아가 중국은 미국 제조업체나 식품, 에너지 생산자와의 계약을 일시 중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미중 양쪽 모두 무역 마찰이 1년여 지속되면서 자국의 소비자에게 타격을 주지 않는 건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중국상업은행과 중국국제금융유한공사(CICC)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 대상이 되는 2000억 달러의 중국 제품 중 가방이나 가구, 조명기구는 약 22%를 차지한다. 또 중국이 관세 대상으로 하는 600억 달러 상당의 미국 제품에는 컴퓨터와 섬유, 육류, 와인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