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선허용·후규제’ 경제활력 방침에 따라 야심차게 출발한 규제샌드박스 위원회가 꿈 많던 한 벤처기업 대표를 ‘규제 이민’으로 내몰고 있다. 해당 벤처기업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열린 국제발명품 전시회에서 이륜자동차(오토바이) 후면 배달통 LED 광고판 특허 기술로 찬사를 받았지만 ‘규제’ 일변도의 규제샌드박스위 결정에 국내 사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12일 과기부, 행안부, 국토부, 벤처업계 등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9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제3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뉴코애드윈드가 신청한 오토바이 배달통 디지털 광고 사업에 실증 특례를 부여했다. 실증특례는 현재 법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시행해 볼 가치가 있는 기술·서비스에 대해 특정 지역 혹은 특정 시간대에만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제도다.
이번 결정에 대해 심의를 요청한 장민우 뉴코애드윈드 대표는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 하려면 최소한 50억 원 가까이 든다”며 “전국 4대 거점도시에서 각각 100대씩, 최소한 400대 정도는 시범 운영해야 하고, 후면도 정지 때만이 아닌 운전 중 상시 허용으로 해야 사업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전 세계 최초로 오토바이 배달통에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스마트 디디박스’를 개발했다. 특히 이 제품은 최근 말레이시아 국제 발명혁신기술 전시회(ITEX)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금상을 수상했고, 그에 앞서 서울, 태국, 러시아, 스위스 등에서 잇따라 금상을 거머쥐며 전 세계 발명전시회에서 무려 5관왕을 달성했다.
디디박스는 지난 1월 제1호 규제 샌드박스 안건으로 상정됐으나 4개월째 표류를 거듭해왔다. 행안부와 국토부 등은 “위험하다”, “전례가 없다” 등의 이유로 최소한의 허용을 고수했다. 첫 회의 때 배달통 3면 중 가장 중요한 후면은 제외하고, 6개월간 단 10대만 시범 적용해 허용하기로 하자 결국 장 대표가 ‘심의 포기’를 선언하고 회의장을 떠났을 정도다. 이후 청와대와 일부 심의위원, 여론의 지적이 잇따르자 △후면 LED는 정지 때만 허용 △6개월 100대 △광주전남에 한정 등으로 그나마 규제 수위가 낮아졌다.
문제는 이와 같은 특례 역시 사업성이 떨어져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게 장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또 “규제샌드박스 특례허용 받은 업체 중 ‘울며겨자먹기’로 시범사업을 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특례 허용 기간을 통과한 뒤 추후 대·중견기업의 유사사업 침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장 대표는 “디디박스 개발에 10명이 7년을 바쳤고, 개발비만 15억 원이 넘었다”며 “허용 범위에 대한 걱정이 크지만 일단 국내 시범 사업에 공을 들이는 동시에 아시아와 유럽 등 현지 사업에 사활을 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규제샌드박스위 관계자는 “신청 업체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겠지만 당초 사전 검토위 과정보다 범위나 조건이 더 좋아졌다”며 “법으로 금지하던 사업에 실증 특례가 허용된 만큼 제한된 범위 안에서 시범사업을 하고, 안정성과 국민 편의성을 확보한 뒤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