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기업이익 턴어라운드에 좋은 종목 위주 실적장세 전망”
서상영 투자전략팀장(사진)의 일과는 새벽 3시부터 시작된다. 미국 증시와 해외 주요 이슈들을 분석하고 국내 시장의 흐름을 전망한다. 매일 오전 7시, 데일리 시황 리포트를 전송하고 나면 채널K(키움증권 사내방송), 팟방 등을 통해 출근길 청취자들을 위한 방송을 진행한다.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 지점 영업을 거쳐 2016년부터 애널리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키움증권 본사에서 만난 서상영 팀장은 여의도에서 ‘잠 없는 귀신’으로 통한다. 그는 “국내증시를 파악하려면 국제유가와 환율, 국채금리 등 많은 요소들을 살펴봐야 한다”며 “글로벌 주가는 물론 경제지표, 보고서와 기사 등을 수없이 참고해야 하는데 미국 오후 장이 열리는 시간(한국시간 새벽 3시)에는 변수가 특히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주식시장이 전날 상승했어도, 반도체 업종이 급락했다면 우리나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지수가 올랐지만 반도체가 빠진 이유, 해당 요인들이 국내 증시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파악하고 분석하는 것이 애널리스트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서 팀장은 “코스피 시장은 장 초반에는 미국의 영향을, 오전 10시 반 이후에는 중국 증시의 영향을 받는다”며 “다양한 변화 요인에 따라 일본증시를 따라가기도 하는 등 추종하는 곳이 매번 달라진다”고 짚었다.
올해 글로벌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연초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돈의 힘으로 지수가 상승하는 금융장세, 유동성장세를 이어갔다”며 “2분기 안에는 각종 경제지표의 회복으로 수출이 증가하는 등 어느 정도 경기가 바닥을 형성하는 관망 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또 “3분기에는 기업이익 턴어라운드로 실적이 좋은 종목을 위주로 실적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보이지만,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다양한 변수에 따라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시의 변수로는 미국의 장단기차 금리 역전과 무역전쟁을 꼽았다. 그는 “미국의 10년물(장기)과 2년물(단기) 국채금리가 역전됐을 때 통상 경기둔화로 이어진다”며 “10년물 국채금리는 30년물 주택금리와, 2년물 국채금리는 예금금리와 같이 움직인다”고 밝혔다.
이어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면 은행의 실적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은행 대출이 어려워지면 기업들은 투자를 못하고, 고용이 위축되면 결국 경기둔화로 이어지는데, 미국에 수출을 많이하는 우리나라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서 팀장은 “미국에서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면 통상 신흥국들에 문제가 생기는데, 80년도에는 남미의 모라토리엄 선언, 90년도에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97년에는 대한민국 경제위기, 2007년에는 금융위기 등이 찾아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내년쯤 미국의 장단기 금리가 실제로 역전될 가능성이 높은데, 당장은 시장이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1년 6개월~2년 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에 시장에서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무역전쟁인데 현재 제조업지수(PMI) 등 심리 지표들이 개선되면서 반등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며 “그러나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경기 개선 속도가 둔화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격화될 경우 미국 기업들의 이익과 중국의 성장률이 위축돼 지난해 10월처럼 시장이 폭락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서 팀장은 “6월 연방준비위원회가 이와 관련해 비둘기적(통화 완화 선호)인 언급을 한다면 본격적인 상승 랠리가 펼쳐질 수도 있다”며 “무역전쟁 협상 자체가 시장의 성질을 바꾸고 있기 때문에 3분기 실적 장세가 아닌, 1분기 때 보였던 유동장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개인투자자에 대해서는 “수익률을 단순 비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관은 대형주를 위주로 사기 때문에 수익을 얻는 액수가 클 수밖에 없다”며 “반면 개인은 빠르게 사고 팔고 테마주를 따라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손실이 났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외국인은 국내 증시를 볼 때 글로벌 경기, 환율, 실적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해 이에 따라 움직인다”며 “그러나 이들과 싸워 이겨야 하는 개인들은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모든 글로벌 시장은 똑같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며 “혹자는 국내 증시에 반도체 비중이 높아 불안하다고 하지만 홍콩과 미국도 각각 금융주와 기술주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나라만의 특색, 경쟁력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