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자영업자 부채 악화’…진짜, 위기의 전조인가

입력 2019-05-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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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금융부장

문재인 정부에 들어 가계부채가 주춤했다. 정부의 억제정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결과다. 가계부채는 박근혜 정부 때 가파르게 늘었다. 당시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으로 미국 등 주요국이 가계부채를 줄인 반면 우린 되레 커졌다. 그 덕에 성장률은 다소 높아졌다. 반면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가계부채가 늘면 원리금 갚느라 소비가 줄었다. 장기간으로 봤을 때 가계부채는 결국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문재인 정부가 가계부채 축소정책을 꺼낸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가을부터 가계부채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말 가계부채는 총 1534조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년비 증가율은 5.8%에 그쳤다. 이는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고 가계부채가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풍선효과로 인해 은행권보다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대출이 몰리는 등 부채의 질이 나빠진 것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뒤로하고 주목해야 할 분야가 있다. 바로 자영업자 부채다. 지난해 기준으로 가계부채에 잡히지 않는 자영업자 부채는 약 609조 원이다. 2017년 말에 비해 60조 원가량 늘었다. 자영업자들은 흔히 사업용으로 대출을 받으면서 동시에 집을 살 때 또 돈을 빌린다. 정부는 자영업자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과 가계부채 대출이 겹치는 사람이 약 8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특히 생계형 자영업자 약 50만 명은 대표적인 대출 취약층으로 꼽힌다.

최근 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미시적 분석에서 자영업자 부채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부채의 규모와 함께 연체 규모와 연체자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언론에 경기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문을 닫거나 빚더미에 올라앉았다는 자영업자들이 소개되면서 시장에서는 가계보다 자영업자 부채가 더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더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자영업자 대출 부실화는 부동산업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에 발표된 한국은행의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자영업자 업종별 대출 비중은 부동산업(40.9%·임대업 포함), 도소매업(13.2%), 음식숙박업(8.8%), 제조업(7.9%) 순이다. 부동산업 대출은 2014년 이후 연평균 18.3%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같은 기간 제조업(2.6%)의 7배, 도소매(6.3%)의 2.9배, 음식·숙박업(9.1%)의 2배에 달한다.

다시 말해 자영업자 부채의 질적 악화는 과거 박근혜 정부 때부터 이어진 저금리 기조 속에 대출을 받아 부동산업에 뛰어든 영향이 크다는 얘기다. 2018년 기준 임대사업자 및 임대주택등록 수는 2014년 10만 명, 46만 호에서 지난해 상반기에는 33만 명, 116만 호로 크게 늘었다. 2008~2017년 중(10년간) 누적 투자수익률을 보면, 아파트·주택이 각각 55.8%, 48.9%로 주식(코스피 기준 30.1%) 등을 상회했다. 당시 한국은행이 밝힌 자영업자 대출이 증가하는 이유로 △임대사업자 등록 증가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따른 사업자대출 증가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 은퇴와 맞물린 자영업 창업 증가를 꼽았다.

자영업자 부채가 급증한 것은 이 같은 부동산 시장의 영향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렇지만 경기침체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또한 간접적인 요소로 분석된다. 최근 한 조사에서도 민간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올해 체감 경영수지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80%가 나빠졌다고 답해 심각성은 어느 정도 감지된다. 정부도 자영업자는 전체 고용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고용 안정을 위해서라도 부채가 악성화되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다소 우려가 되는 것은 현 정부의 정책이 여론전에 휩싸이면서 자영업자 부채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 대출 문제는 업종별 구분을 적용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자영업 비용부담을 가중한다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문제만으로 자영업자의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a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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