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 사직2구역 정비구역지정 직권해제를 놓고 조합과 소송 끝에 최종 패소한 서울시가 이번에는 법을 바꿔 사직2구역 재개발을 막겠다고 나섰다. 사직2구역 조합은 이를 시의 횡포로 규정하며 흔들림 없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을 위한 정비구역 직권해제가 가능하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시는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을 이유로 정비구역을 직권 해제할 수 있다는 조례를 만들었으나, 이를 실제 행사한 사직2구역과의 소송에서 지난달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이에 도정법을 개정하거나 시행령을 고쳐 시장의 직권해제 위임 사항을 확대하는 방안을 대신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대법원 승소로 사업 불씨를 살린 사직2구역 조합은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시가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막무가내로 재개발을 막더니, 이번엔 법까지 바꿔 사업에 제동을 걸려려 든다는 것이다.
사직2구역은 2012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뒤 다시 사업시행계획 변경을 신청했으나, 시는 한양도성 보존 등을 이유로 이를 4년 가까이 보류했다. 조합이 이에 대항해 소송을 걸어 2016년 10월 승소했으나, 이듬해 3월 박 시장은 본인이 만든 조례로 사직2구역 정비구역을 직권해제했다. 이에 대한 해제 무효 소송이 대법원까지 가면서 올해 4월 조합의 승리로 끝났다. 시와의 줄다리기로 8년간 사업이 지체됐다.
사직2구역 조합 관계자는 “조합이라고 문화재를 보존하는 문제에 대해 신경 안 쓰겠냐”며 “법대로 문화재청의 문화재 현상 변경 심의를 열 차례 넘게 받으며 허가를 얻어냈는데, 시가 이를 깡그리 무시하고 사업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체 서울시가 문화재청보다 문화재 보전에 더 잘 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덧붙였다.
시의 도정법 개정에 대해서 조합 관계자는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을 위해 정비구역 지정을 해제해도 되느냐는 타당성 문제가 입법 과정서 쟁점이 될 것이다”며 “만약 개정되더라도 적용 범위를 놓고 또 논란이 있을 텐데 일몰제도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단계까지 가능하므로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던 사직2구역을 대상으로 삼긴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조합은 내달 중으로 총회를 열어 조합 임원 및 대의원을 선임하기로 했다. 지체된 만큼 사업 속도를 계속 올릴 계획으로, 시가 다시 제동을 걸 경우 직권남용 등에 대한 형사고발도 고려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