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지각 변동이 감지되면서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을 자동 관리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22일 교보악사자산운용은 ‘교보악사 평생든든 TDF’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TDF 시장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키움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하나UBS자산운용 등 9개의 운용사가 진출하게 됐다. 이 밖에 NH아문디자산운용도 연내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TDF는 가입자의 은퇴 시점을 ‘타깃 데이트’로 정하고, 생애주기에 맞춰 자동으로 자산 배분을 하는 프로그램(Glide Path)에 따라 주식 등 위험자산과 채권 등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해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업계에서는 TDF 시장이 향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여당에서 추진하는 퇴직연금 관련 규제 개선 방안은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TDF는 지난해 대형사 중심으로 출시가 이어졌다가 하반기 들어서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출시 행렬은 물론 자금 유입액 성장세도 주춤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국내 설정된 TDF펀드 설정액은 총 1조6292억 원이다. 2016년 3월 소개됐던 TDF는 그해 말 700억 원의 규모로 성장, 2017년 7500억 원, 지난해에는 1조 원을 넘어섰다.
앞서 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자본시장특위)는 20일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과 함께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 추진 등의 내용을 담은 퇴직연금 제도 개선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되면 노사가 합의에 따라 퇴직연금 기금 설립을 통해 직접 전문가들을 활용해 연금을 운영하거나, 국민연금처럼 수익률이 좋은 금융회사를 선정, 위탁하게 해 자산 운용수익률 경쟁의 유도를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자산배분 전략을 구사하는 TDF가 선택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디폴트옵션 도입의 경우에도 디폴트 대상 퇴직연금 상품으로 TDF가 선택받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2006년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며 TDF가 2017년 말 1조 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디폴트옵션과 기금형퇴직연금이 도입되면 190조 원 퇴직연금 시장의 상당 부분이 원금보장형 상품에서 TDF와 같은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움직일 것”이라면서 “이렇게 된다면 TDF는 수십조 원 규모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